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최대한 비우겠다고 밝혔다. 24일까지로 예정된 '서울 빛 축제'가 끝나면 일체의 이벤트를 자제하고, 현재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플라워 카펫'도 잔디광장으로 바꿔 3월 중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운영방안에 대해 내달부터 광화문 복원이 마무리되는 8월까지 3차례의 대ㆍ소 토론회가 예정돼 있으나 '비움의 공간'을 원칙적 방침으로 설정한 것은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1일 공개된 이후 광화문광장은 운영방안에 대한 원칙을 설정하지 못한 채 조형물을 설치하고 이벤트를 벌이는 난장(亂場)의 공간으로 때워져 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허비한 예산만 해도 30억원이 넘는다. 2,800여㎡의 '플라워 카펫'을 조성하여 여름 꽃을 심었다가 뽑고 가을 꽃을 다시 심고 뽑느라고 6억원을 썼다. 겨울이 되자 그곳에 이번엔 곧 사라질 스케이트장을 만드느라 11억5,000만원을 썼다. 그 사이에 잠시 '스노보드 월드컵'을 한다며 17억원 들여 점프대를 만들었다 허물었다.
예산 낭비는 오히려 2차적 문제다. 대한민국의 상징적 공간을 어렵사리 마련해 놓고 당초 내세웠던 '역사 회복'이나'조선 6조 거리 재현'이라는 의미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구경거리로 시민들을 모으는 기능에만 치중했다. 'Soul of Asia(아시아의 영혼)'라는 기치를 든 서울시가 가장 소중한 장소를 '영혼 없는 공간'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자료에 광화문광장의 설치물과 이벤트가 새롭게 소개됐다고 서울이 홍보되고 국격(國格)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국가의 상징 거리로서의 품격과 정체성 확립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시설물 등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계획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당초 목적에 충실하도록 새로 시작하면 될 터이다. 화장과 좋은 옷만으로는 결코 인품을 높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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