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매우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눈도 많이 내려 도로가 빙판을 이루어 넘어져 다칠 우려도 매우 높다. 장시간 영하의 날씨에 노출되면 동상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이런 날씨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다리 아래쪽에 동맥경화증이 생겨 피의 흐름이 줄어들고 말초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둔해지면 발에 상처가 생기기 쉽다. 상처에 세균이 침범해 염증이 생기면 발이 헐거나 썩어 불행하게도 발가락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당뇨병성 족부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이렇게 당뇨병 환자에게서 족부질환이 발생할 확률은 5~10%나 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다리를 절단해야만 하는 경우 가운데 당뇨병성 족부질환이 사고로 인한 것 이외에 가장 많은 원인으로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환자 자신은 발에 상처가 나고 그 자리에 염증이 생겨 고름과 악취가 나도 그다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상처가 악화되어 감염부위가 발목 위까지 퍼진다. 특히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패혈증을 일으키면 고열과 고혈당이 악화하며 심한 경우 쇼크에 빠져 생명이 위독해지기도 한다.
겨울철 동상도 그렇다. 정상인은 동상에 걸리면 그 자리가 붓고, 얼얼하고, 가려운 감각을 느끼지만 당뇨병 환자는 그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동상에 걸리기도 쉽고, 무감각하게 지내다가 동상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그 자리가 헐어 궤양이 생긴 다음에야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당뇨병 환자가 추운 겨울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당뇨병성 족부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당뇨병과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 발이나 다리의 아래쪽에 동맥경화증이나 말초신경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발병하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병의 악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당뇨병환자가 꼭 알아두어야 할 족부질환 예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매일 발을 주의 깊게 관찰해 굳은 살, 피부가 갈라지는 현상, 수포 등이 없는지 살핀다. 둘째, 반드시 금연하고 어떤 종류의 열도 발에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더운 물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손으로 너무 뜨겁지 않은지 확인한다. 셋째, 발을 너무 습하거나 건조하게 하지 않는다. 넷째, 발톱을 깎을 때에는 너무 바짝 깎지 말고 주위의 살을 다치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코르셋 벨트 등 몸을 너무 조이는 것을 사용하지 말고 너무 조이는 양말이나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올해처럼 추운 겨울에는 두툼한 양말과 편안한 신발을 신어 동상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발의 굳은살이나 트는 것을 방지하는 특수크림도 시중에 나와 있으니 양말 신을 때 써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ㆍ허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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