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424호실 법정은 엄숙함이 맴돌았다. 존속살해 혐의로 사형과 맞먹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 받은 이모(35)씨는 순간 고개를 떨궜다.
갓난 아기 때 길가에 버려진 이씨를 데려다 키운 어머니 유모씨는 이씨에게 청부살해 당했다. 30년간 이씨를 친자식처럼 키운 유씨지만 사설경마에 빠져 사는 이씨에게 남은 재산 20억원을 물려줄 수 없다며 사회에 환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이씨는 파렴치한 계획을 세웠다.
살인청부업자 박모(32)씨를 고용, 2008년 4월 새벽운동을 나간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할 것을 지시했지만 실패했다. 사흘 뒤, "질식사 시킨 뒤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인절미를 목에 넣으면 자연사한 것으로 위장할 수 있다"며 박씨에게 다시 살해를 지시했다.
범행 성공으로 재산을 모두 물려받은 이씨는 이마저 경마로 날렸고, 또 다시 사람 생명으로 돈 벌 궁리를 했다.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청산가리를 팔아 이를 구입한 2명의 자살을 도왔다.
자살방조 혐의까지 추가된 이씨는 법정에서 "존속살해의 공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았으니 공범이 아니라 교사범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형량을 줄일 요량이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윤경)는 "집 비밀번호, 범행 도구, 살해시기 및 방법까지 제공한 피고인은 공범"이라며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자살방조 혐의라도 벗고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돌아온 건 따끔한 질책뿐이었다. 재판부는 "반인륜적, 비도덕적 범행에 대해 후회하거나 뉘우치지도 않는 이씨는 처벌 전력이 없더라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범 박씨에겐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권지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