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신 정년을 2년 연장하기로 하자,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베이이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고령층의 노후안정을 위해 적극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박수를 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결국엔 신규 채용을 줄이게 돼 청년 실업난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따지고 보면 둘 다 맞는 얘기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정년을 맞아야 하는 아버지 세대의 축 처진 어깨도 안쓰럽고, 더 한창 일할 나이인데도 집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아들 세대의 처지도 안타깝다.
최선은 두 세대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전체 일자리 파이가 커지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파이가 늘기는커녕 점점 더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러니 정년연장을 하자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신규채용을 늘리자면 정년 연장은 불가능할 수밖에 . 결국엔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모양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급속한 고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을 동시에 맞게 된 한국사회의 서글픈 단면이다.
해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아버지 세대들이 기꺼이 조기 은퇴해도 될 만큼 확실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정년 퇴직 후 새 일을 할 수 있는 노년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고용 창출력이 큰 서비스 산업을 키우고…이런 근원적인 대책이 없다면 타협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그런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언제까지나 두 세대간의 불행한 싸움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 굳이 따지자면 장년 일자리 보다는 젊은 층 일자리가 더 급해 보인다. 고령화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청년 실업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을 하더라도, 청년실업 문제가 다소나마 해소될 때까지, 젊은 이들의 신규취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하는 게 옳지 싶다.
이영태 경제부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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