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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탁구의 달인 김경아·박미영·주세혁 솔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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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탁구의 달인 김경아·박미영·주세혁 솔직토크

입력
2010.01.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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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라서 쉽겠다"는 실언을 던지자 한국의 수비형 탁구를 대표하는 남녀 3인방 김경아(33ㆍ대한항공) 주세혁(30) 박미영(29ㆍ이상 삼성생명)은 노발대발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하고 있는 이들은 진화하고 있는 수비형 탁구는 '수비는 기본, 공격도 필수'라고 정의했다.

3인방은 남들보다 2~3배 더 구슬땀을 흘려 얻어낸 값진 성과를 '수비만 해서 재미 없다'고 폄하하는 이들에게 "직접 한번 해보고 이야기해 달라"며 일침을 가했다. 탁구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동거동락하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3인방과 '진화하는 수비형 탁구'를 주제로 솔직 발랄한 대담을 진행했다. 거침 없는 설전이 오갔던 '칼잽이(수비형 탁구 선수 애칭)의 수다'는 수비형 탁구의 현주소와 매력을 엿볼 수 있었던 유쾌한 시간이었다.

▲열등생이어서 선택된 수비형 탁구

-수비형 탁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경아 "초등학교 3학년 때 탁구를 시작했는데 하도 키가 작고 자질이 없다 보니 코치 선생님이 수비를 시켰다. 그런데 자질이 있었는지 좋은 성적을 냈고, 계속해서 수비형 탁구를 구사하게 됐다"

미영 "초등학교 3년 겨울에 셰이크를 먼저 잡았다. 볼만 줍다가 바로 수비형 탁구를 하게 됐다"

세혁 "유럽형이었는데" 경아 "아니야 수비형은 누구나 재능이 있어서 시켰다기 보다는 재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니까(웃음)" 세혁 "1년 동안 팬홀더를 사용했는데 쇼트가 안 되다 보니…" 경아 "봐 그렇다니까 수비형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세혁 "수비는 키가 커야 된다고 했다. 당시에 키가 커서 수비형을 선택하게 됐다"

▲수 싸움 끝없는 탁구가 바둑보다 어려워

-수비형들은 랠리가 오래 이어지다 보니 수싸움에 능해야 할 것 같다.

세혁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야만 득점루트를 찾아낼 수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고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바둑처럼 머리가 팍팍 돌아간다" 경아 "몇 수까지 생각하고 치느냐가 아니라 치면서 계속해서 수 싸움을 하는 게 바로 탁구다. 머리와 더불어 몸까지 움직여야 하니 탁구가 바둑보다 어려운 것 같다" 세혁 "바둑을 잘 두진 못한다.

하지만 바둑은 자신이 둔 돌을 모두 기억하는 등 몇 십 수 앞을 봐야 된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바둑이 수 싸움에 있어서는 더 힘들지 않느냐" 경아 "우리는 몸까지 같이 써야 하는데 무슨 말이냐. 나는 탁구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같다" 미영 "갑자기 웬 바둑과 탁구 논쟁이에요. 그만들 해요"

▲천적 그리고 112구의 랠리

-수비형 탁구 선수들은 반드시 천적이 있더라.

경아 "탁구는 상대성이 강하다. 먹이사슬이 확연히 존재한다" 세혁 "유승민한테는 절대 못 이기겠다. 1대9 정도로 밀린다. 승민이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내가 그걸 공략하면 꼭 받아내더라. 지금껏 2번 밖에 못 이긴 것 같다(한숨)" 경아 "문현정이 천적이다. 1대9 정도로 승패가 갈린다" 미영 "나도 역시 문현정 이은희와 같은 공격형 선수들에게 힘을 못 쓴다. 하지만 이러한 선수들이 수비형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장 고마운 동료들이다(미소)"

-수비형 탁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세혁 "남자는 여자보다 빨리 끝나는 편이다. 수비형을 한다고 해도 20구 안에 포인트가 난다" 경아 "56차례, 112구 랠리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30차례 랠리도 경기당 5,6차례 나오는 게 기본이다" 미영 "수비형 탁구 선수끼리 대결은 오히려 빨리 끝난다. 13구 안에 끝을 내야 하는 촉진제룰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방긋)" 경아 "풀세트까지 가면 기본 1시간30분, 최대 1시간40분까지 걸린다" 세혁 "여자 선수들이 시간을 다 잡아 먹는다. 경기당 45분씩 책정되는데 경아 누나 때문에 딜레이되는 경우가 많다(버럭)"

▲진화하는 수비형 탁구의 방패는 창보다 강하다

-'창과 방패'의 모순은 언제나 존재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경아 "창은 갈고 닦을 수 있다. 하지만 창 끝이 무디다면 방패가 이길 수 있다. 방심하지 않는 방패는 준비가 되지 않은 창을 향해 계속해서 맞설 수 있고 결국 승리한다고 생각한다"

세혁 "방패로는 공격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겨요. 나도 수비형이 1등 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지만 지금은 창이 강할 수밖에 없다"

미영 "그렇지만 나도 본인이 준비만 잘돼 있다면 방패로 뭐든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경아 "그렇지 계속해서 막다가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단칼이 우리에게 있지 않느냐(웃음)"

세혁 "단칼은 무슨 식칼 아니에요. 남자의 경우 수비형도 공격력을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나타난다면 결국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다"

경아 "여자부에서는 미영이처럼 수비형임에도 불구하고 공격 횟수가 잦은 진화형이 성공시대를 열 수 있다"

정리=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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