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모아 판 돈 1,000만 원을 지난 해 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방송국에 기탁한 경남 진해시 김영권(79) 씨의 소식이 14일 연합뉴스에 실렸다. 연락처 알리지 말라고 했다며 난처해하는 시청 담당자를 설득했다. 전화를 받은 이는 할머니 배주선(73) 씨였다.
-그 양반은 귀가 어두워 전화 못 받심니더. 한 18년 됐지예. 30만원도 내고, 100만원도 내고, 쌀 몇 말 들고 가기도 하고…. 형편 되는대로 하는 기지예. 아니예, 늘 방송국에 간 건 아이고, 대구 사는 큰아들 시키서 산동네로도 가고.
-예, 요샌 상가 주인이나 동네 사람들도 마이 모아 줍니더. 2007년엔가 통장에 모인 돈 1,000만원을 갖다 낸 뒤에 신문에 나니까 좋은 일 한다고 다들 그리 돕네예. 그릇, 냄비, 종이박스…, 안 가립니더. 줍고 모으고 정리하고, 쌓이면 트럭 불러 실어내고…, 진짜 바빠예.
-동네 분들 십시일반 모은 긴데 그 돈 딴 데 쓰모 안 되지예. 이웃에서 '남 줄 거 뭐 있노, 아들네 주지'하기도 해예. 그래도 그 양반은 자식들(3남1녀)한테 보태 주모 의타심 생겨서 못쓴다고 합니더. 그 양반도 강냉이 한 봉지 사먹을 때도 내한테 돈 달라 캅니더. 고물 판 돈은 10원 한 장도 안 써예. 그런데 진짜 신문에 내실 낍니꺼? "하지 마이소, 고마!"
꼬박 18년이다. 오뉴월 땡볕에, 삼동 추위에, 얼굴엔 폐박스 켜를 닮은 주름이 쌓였다. 부신 눈으로 지어 보이는 숫저운 미소가 겨울 햇살보다 눈부시다.
글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진해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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