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위원장직과 28일로 예정된 차기 위원장 선거 후보에서 물러났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이석행 전 위원장이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으로 물러난 이후 8개월간 민노총을 이끌어 왔다.
임 위원장은 11일 작성해 이날 조합원들에게 보낸 '민주노총을 사랑하는 동지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불출마 선언을 두 번, 세 번씩 했으면서 줏대 없고 모질지 못해서 대중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3파전이라는 경선 구도는 결국 패권 다툼처럼 될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8일 후보 등록 마감을 불과 10분 남겨 놓고 산별 대표자들의 설득에 못 이겨 재출마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1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연락이 닿지 않아 사퇴설이 나돌았다.
임 위원장은 민노총 내부의 이른바 국민파(NL)와 중앙파(PD)간 해묵은 정파 대결을 해소하기 위해 통합 후보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 때문에 임 위원장이 속한 중앙파는 이번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파(PD)의 허영구 전 부위원장이 통합 후보 추대에 반대하며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고,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국민파의 암묵적 지지를 업고 막판에 후보로 나섰다. 이에 임 위원장까지 가세하면서 고질적 병폐가 재연되는 모습이었다.
임 위원장의 사퇴로 선거는 양자 구도로 압축됐다. 허 전 부위원장은 민노총 지도부를 지낸 경력과 탄탄한 조직이, 김 전 위원장은 지도부 교체를 원하는 세력의 지지가 강점이다. 결국 임 위원장의 지지 세력이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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