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점에서 빈곤을 다룬 책은 그야말로 빈곤한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의 가난을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한국의 가난> (한울아카데미 발행)은 '가난을 극복하자'는 선언에 그쳤던 그간의 논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판 가난 종합보고서라 할 만하다. 김수현(48)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부교수, 이현주(4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손병돈(44)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세 명의 공동 저자는 우리사회 가난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양상은 어떠하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를 논하면서, 가난의 맨얼굴과 대면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의>
저자들은 빈곤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해 노인, 노숙인, 결혼이주여성, 탈북자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가난한 이들의 삶의 양상을 세밀하게 훑은 뒤 주거ㆍ의료ㆍ교육ㆍ문화생활 등 복합적 접근이 요구되는 복지정책 마련에 대한 주문으로 마무리짓는다. 책은 학술서 체제지만 사례가 풍부하고 글쓰기가 평이해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가난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인지 혹은 개인 탓인지에 대한 견해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다. 저자들은 "빈곤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는 전제 하에 빈곤 문제에 접근한다. 경제수준에 비해 높은 빈곤율,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소득불평등 정도는 우리 사회에서 빈곤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저자들이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일을 하지만 빈곤한 이른바 '워킹 푸어(working poor)'의 문제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수성가의 신화를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는 것. 한 통계에 따르면 빈곤가구 중 근로능력자가 있는 경우가 63%에 이른다. 경제성장이 고용 창출을 의미했던 우리 현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기에 저자들을 이를 '새로운 빈곤'으로 명명한다. 김 교수는 "경제성장이 곧 고용 창출로 이어졌던 압축성장의 경험 때문에 우리사회는 경제가 나아지면 빈곤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자기최면에 사로잡혀 있다"며 "사회안전망 강화,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확대, 재취업을 쉽게할 수 있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강화 등의 정책이 패키지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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