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 개발방식으로 확정한 '원형지 공급'을 둘러싸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원형지 공급'을 혁신도시와 일반 산업단지에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난개발 우려가 있는데다 이 방식이 기업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원형지 공급 방식이란 신규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등에 부지 조성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미개발 상태의 땅(원형지)을, 개발 비용을 뺀 낮은 가격으로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이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ㆍ도 지사 오찬 간담회에서 "세종시와 마찬가지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지방 산업단지도 그렇게 원형지로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고 말했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이와 관련, "원형지 개발 방식은 기업도시, 혁신도시, 국가ㆍ지방산업단지까지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처럼 일반 산업단지에도 이 방식이 적용되면 앞으로 조성되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은 싼값에 토지를 분양 받아 자율적으로 토지 이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세종시 입주 대기업들이 공급받는 원형지 가격은 3.3㎡ 당 36만~40만원인데, 이는 앞서 건설사들이 공동주택용지를 분양 받은 가격(209만~312만원)의 6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하우가 있는 전문 기업들에게 자율성을 주어 개발을 맡기는 것이 교육ㆍ과학 중심 경제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원형지 공급 방식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이 방식은 용인 죽전(17만㎡), 용인 동백(26만㎡), 남양주 평내(5만 4,000㎡)처럼 기존 지형을 최대한 살리는 단독주택용 택지조성에만 주로 적용됐을 뿐, 아직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는 활용된 적이 없다. 택지의 경우 개별 주택 면적이 넓지 않아 지형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지만, 넓은 평지가 필요한 산업단지는 불가피하게 성토(흙을 쌓는 것)나 절토(땅을 깎아내는 것) 작업이 필요해 경우에 따라선 기업들의 추가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에 지나치게 자율성을 주면 난개발이 이뤄져 전반적 도시계획수립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평가도 많다. 세종시만해도 삼성구역, 한화구역, 롯데구역이 서로 이질적으로 조성되거나, 이로 인해 인프라 호환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연구원도 이미 2007년 연구보고서에서 "원형지 공급이 지나치게 많으면 도시 전체의 조화를 훼손하므로 적정규모의 원형지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물ㆍ에너지ㆍ폐기물 등의 관리계획이 연계되어야 하는데 개별 기업에 자율적으로 개발을 맡기면 통일성 있는 계획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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