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06건 제안해 1억9,000만원 비용 절감, 창사 이래 첫 2년 연속 제안왕, 지금까지 특허 출원만 14건.'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대형엔진조립부의 김금만 기원(대리급)의 이색적인 기록이다.
회사측이 낭비요소를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 문제를 찾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1980년에 시작한 '제안 활동'에서 김 기원은 2008년과 2009년 연거푸 제안왕에 올랐다.
엔진 조립 경력 30년의 베테랑인 김 기원은 지난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직원들이 엔진의 주요부품 중 하나인 각도계산기를 본체에 접착시키는 과정에서 오차가 자주 발생해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나자 오차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보조기구인 '지그'(Jig)를 고안해낸 것.
김 기원은 엔진에 들어가는 50~150㎏의 베어링을 조립할 때 2~3명이 잠시라도 보조를 잘 맞추지 못하면 흔들림으로 인해 작업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물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고심했다.
그러다가 에어실린더를 활용, 용접 작업시 부품을 고정시키는 지그를 제작해 베어링을 받쳐놓고 작업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장의 작업인원은 3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작업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특히 작업의 안정성이 향상됨에 따라 오차 발생으로 인해 재작업하는 일도 사라졌다.
이처럼 지난해 지그를 비롯해 김 기원이 제안해 채택된 아이디어는 모두 606건이나 됐고, 회사측은 이를 통해 1억9,000만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주변에선 몸에 밴 메모 습관과 주의 깊은 관찰력, 특유의 성실성이 그를 '원가 절감의 달인'으로 만들었다고 평한다. 현재 그의 아이디어 중 14건은 특허 출원도 해놓은 상태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원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작년에만 14만5,000여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이 중 12만4,700건이 채택돼 459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지난 30년간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도 큰 몫을 했다"며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지금의 불황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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