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잘 곳을 마련해준 모자(母子)를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한 노숙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2일 돈 빌리는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90대 노파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강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인 강씨는 7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다가구주택 지하 1층 단칸방에 사는 장모(91)씨와 아들 최모(54)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집에서 얹혀 살던 강씨는 이날 오후 최씨와 술을 마시며 "100만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2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노모를 모시고 살던 최씨는 "추워서 잘 곳이 마땅치 않다"는 강씨의 얘기를 듣고, 지난해 10월부터 강씨를 자신의 집에 들였다.
최씨와 강씨는 3년 전 일용직 노동자들이 자주 모이는 영등포 중앙시장에서 만나 서로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장씨 모자가 돈 있는 척을 하며 무시해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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