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9월11일 오전, 칠레 대통령 아옌데의 육성이 국영 라디오방송을 통해 흘러나온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 연설이 될 것입니다. 저는 실망과 괴로움에 대해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언젠가는 자유롭게 걷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역사의 큰 길을 인민의 손으로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피노체트의 쿠데타군이 대통령궁을 겹겹이 에워싼 상태였다. 연설 직후 아옌데는 자결했고, 선거를 통해 이룩된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 정권은 무너졌다.
쿠데타 이후 일주일 동안 3만여 명이 처형됐다. 피노체트 철권 통치 17년간 4,000여 명이 사망ㆍ실종됐고 100만여 명이 망명했다. 곡절은 있었으나 어쨌든, 피노체트는 역사의 심판이 아닌 시간의 심판으로 2006년 숨졌다.
그 질곡의 세월 동안 인민들은 아옌데를 잊지 않았고, 그의 절망 속 다짐 같은 신념- 역사의 큰 길- 을 공유했다. 11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는 '인권기념관'이 섰다. 저 사진 속 작은 사진들은 칠레의 인민들이 뚫어 온 '큰 길'위에서 희생되고 또 실종된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실망과 괴로움은 순간의 언어일 뿐임을 저 사진은, 아옌데와 그의 인민들은 오늘 전 세계에 전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산티아고=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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