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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선정 '으뜸부대' 구미署 방범순찰대/ 소통의 야자타임…벽 허문 고참·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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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선정 '으뜸부대' 구미署 방범순찰대/ 소통의 야자타임…벽 허문 고참·졸병

입력
2010.01.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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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대에는 야자타임(반말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경찰청이 선정한 으뜸부대로 뽑힌 경북 구미경찰서(서장 조두원 총경) 방범순찰대는 상ㆍ하급자 간에 '벽'이 없다. 상하 부대원들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다 보니 10년 가까이 그 흔한 폭행사건 한 번 없었다.

이 부대는 2001년 12월24일부터 2009년 12월까지 8년(2,924일) 동안 구타, 미귀(부대 미복귀), 탈영 등 돌발사고가 단 한 건도 없어 전국 225개 전ㆍ의경부대를 대상으로 한 자체사고 예방 및 생활문화개선 실적 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다. 상으로 표창, 상금과 함께 전부대원 특박의 행운을 안았다.

구미 방범순찰대(방순대)의 무사고 비결은 소통에 있다. 일반 군부대가 상명하복식 일방 통행인 반면, 이 부대는 격의 없는 쌍방향 소통을 한다. 전 부대원이 토론하는 3분스피치를 비롯해 롤링페이퍼(rolling paper)제, 영화 점호, 메뉴위원회 등 듣기에도 생소한 그들만의 소통방식을 개발해 이를 시스템화 한 덕이다.

주 1회 하는 3분스피치는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이다. 교양시간이 끝난 뒤 부대원들은 주제를 정해 토론을 벌이거나 신상변화, 애로사항 등을 털어 놓는다. 대학 선후배 간에 주고받는 '야자타임'으로 비칠 만큼 격의 없이 진행된다.

후임병은 이 자리를 빌어 선임병에게 평상시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선임병들은 후임자의 불만에 듣는 과정에서 오해와 대립의 감정은 자연스레 녹아 없어진다.

이처럼 진솔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은 '3분스피치 때 나온 얘기는 무조건 불문에 붙인다'는 전통 덕분이다. 이를 어기면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일정기간 외출 외박이 금지된다.

본부소대 전용훈(21) 상경은 "입대전 전ㆍ의경 구타문제가 심각하다고 듣고 긴장한 채 배치를 받았는데 이곳에 오고 나서 기우였다는 걸 알았다"며 "우리 부대의 운영 현황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구미 방순대가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소통 도구는 롤링페이퍼제. 한 장의 종이 위에 글과 그림, 사진 등을 곁들인 뒤 옆자리로 넘기면 같은 방식으로 '나의 마음'을 실은 뒤 또 옆자리로 돌린다. 육상의 계주 경기를 하듯 병사는 자신의 뜻을 적은 종이를 전하고 싶은 선ㆍ후임에게 전달한다. 롤링페이퍼는 결국 중대원 전원의 손을 거친다.

'지난 주 면회 온 1소대 이00 수경님 애인이 넘 섹시하더라. 내 취향이던데 제대할 때 인계하고 가슈~' 등 솔직하고 기탄 없는 글들이 쏟아진다.

구미 방순대는 대원들의 성취욕 고취를 위해 교양 및 진로 프로그램도 개발해 운용 중이다. 부대원들이 군복무 기간을 피해의식 속에 보내지 않고 사회진출의 발판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내무반에 각종 수험서적과 고시안내 팜플렛 등이 최신판으로 비치돼 있다.

수시로 구미지역 인근 기업체를 방문해 진로 선택의 기회도 갖는다. 이 부대는 외출 외박도 시험응시 병사들에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부대원들은 시행 첫해인 지난해 20여 개의 각종 자격증을 따내 부대의 성원에 보답했다.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층을 취득한 김중구(22) 수경의 어머니 홍영희(54ㆍ경북 청송군 청송읍)씨는 "군에 아들을 보낸 뒤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어렵다는 증권투자상담사를 따내 정말 대견스럽다"며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줘 가며 복무에 전념 하도록 부대를 꾸려가는 구미 방순대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영화점호도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더 소중히 하는 제도다. 월 1회 영화를 보면서 점호를 취하는 이 제도는 영화 선택권이 각 소대 졸병 5명에게 있다. 부대원들은 이들이 고른 영화를 노트북과 빔프로젝션을 통해 감상하며 유대를 강화한다.

이 부대원들의 행복은 식당에도 숨어있다. 식사가 고급 식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나온다. 간부와 대원들 동수로 구성한 메뉴위원회가 계절과 상황에 맞는 식단을 짠 뒤 시장에서 직접 구매한 식재료로 맛깔 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특히 방순대장은 구미지역 S,L사 등 대기업 영양사들을 직접 만나 병사들에 맞는 맞춤식단을 개발하기도 했다.

방순대장 서호양 경감은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부대원들로 하여금 장래 목표를 스스로 깨치도록 동기 유발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면서 "선후배가 합심해 선진 부대를 만들어 나가는 구미 방순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미= 김용태 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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