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소통 기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당시 오바마의 말은 유권자의 표를 끌어들인 일등공신이었다. 언론은 그의 연설을 '울림의 정치'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지난해 취임하면서부터 그의 말에 대한 국민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유세 때는 말하고 싶은 얘기만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그럴 수 없다"며 "선거유세와 백악관 정치의 차이"라고 전했다.
오바마의 소통이 신뢰를 잃기 시작한 것은 경제위기와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미숙한 처리가 발단이다. 오바마는 건보개혁 초기 '퍼블릭 옵션(공공보험)'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상원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발을 뺐다. '건보개혁안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특별한 해명 없이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국민은 혼란스러워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조율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에서도 실업률 추세와 경제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제시해 불신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초 7,8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업률은 10%가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를 제쳐두고 국정 의제를 건보개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급속히 옮겨간 것도 판단착오라는 비판을 받는다. 경제에 대한 국민의 체감지수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일자리 창출에 '올인'했지만 이미 실기한 뒤였다.
애니타 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백악관은 건보개혁이 경제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지만, 국민은 경제에 대한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정권을 물려받은 요인도 크다. 경제위기, 아프간ㆍ이라크 사태 등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비롯된 문제가 워낙 급박하다 보니 한가지 현안을 차분하게 처리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언론에서는 오바마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 결국 여러 현안에 대한 '다면적 접근'이 혼란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국정 운영으로 비쳐졌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관리들은 지난 1년의 국정이 "지나치게 반사적(reactive)이고 전략이 좁았다"고 인정하면서 소통 전략이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지지도 하락을 되돌리는 것은 결국 실적"이라며 '경제 살리기'가 올해 국민과의 소통의 최우선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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