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은 북미국제오터쇼(디트로이트 모터쇼)의 올해 승자는 누구일까? 잔칫상은 GM이 차렸지만 주목을 받는 업체는 월드 프리미어 전기차를 내놓은 BMW, 신차도 없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현대ㆍ기아차 그리고 미국의 포드다.
결국 공통분모는 한국이다. BMW와 포트의 전기차에는 삼성SDI, LG화학의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1907년 황량한 벌판에서 미국 자동차 딜러들(오늘날 디트로이트 오토 딜러협회)이 맥주와 함께 자동차를 전시한 것이 효시다. 당시 디트로이트 주변은 독일계 이민 후손들이 자리를 잡았다. 구대륙의 자동차와 맥주가 신대륙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빅3가 위기를 겪으면서 모터쇼 크기와 질도 낮아졌다.
모터쇼의 흥행 요소는 참가 브랜드(업체) 숫자, 월드 프리미엄급 신차 그리고 관객수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는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된 지난해보다 20여개 이상 참여업체가 줄었다.
그나마 전기차 업체마저 없었으면 이보다 30개 이상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본사를 디트로이트에 둔 GM은 이번 모터쇼를 부활을 꾀하고자 대대적으로 행사를 준비했으나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행사가 된 셈이다.
반면 월드 프리미엄급에서 BMW가 전기차 신차를 내놓으며 관심을 받았다. BMW 컨셉 ActiveE다. 프로젝트i의 일환으로 MINI E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된 BMW 그룹의 전기 자동차이다.
BMW 특유의 후륜 구동과 역동적인 주행 시스템, 높은 수준의 효율성 등을 갖췄다는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BMW가 개발한 전기 모터가 장착되어 최고출력 170마력, 정지상태에서 시속 60㎞까지 4.5초, 시속 100㎞까지 9초 만에 도달하고,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145㎞다.
배터리는 삼성SDI와 보쉬 합작사인 SB리모티브가 공동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되었으며, 한번의 충전으로 약 160㎞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 충전시간은 유럽기준 3시간, 북미지역 기준 4.5시간이 걸린다.
BMW는 또 강력한 최신 2인승 모델 BMW Z4 에스드라이브35 그리고 5시리즈도 선보였다. 특히, BMW 5시리즈-그란투리스모는 올 상반기 국내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란투리스모는 클래식한 쿠페 스타일로 고정밀 직분사 방식과 6기통과 8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연료소비와 배출가스도 20%나 감소시켰다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X6도 올 상반기 국내에 상륙한다. 8기통 트윈터보에 2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최대출력 485마력, 시속 100㎞까지 5.6초 만에 도달한다.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대기아차 부스에는 신차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현대기아차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모터쇼에서 현대기아차의 타우엔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계 10대 엔진상을 받는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제네시스로 이 모터쇼에서 2009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에 선정된 바 있다.
미국 업체 중에는 포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빅3중 유일하게 파산을 면한데다 지난해 3분기 9억97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4년 만에 흑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번 모터쇼에 신차를 출시하지는 않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 신형, 중형 고성능 쿠페 ‘머스탱 GT’ 그리고 준대형 세단 ‘뉴 토러스’을 전시했다. 보잉 출신의 포드 앨런 멀랠리(66) 최고경영자(CE0)은 “원포드전략(포드를 제외한 볼보, 랜드로바 등의 브랜드는 매각)이 성과를 거두었다”며 “소형차 포커스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 분위기에 대해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아직 빅3중 누구도 부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포드가 흑자를 냈다고는 하지만 미국 경기 지표를 보면 아직 디트로이트는 겨울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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