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메이저리그는 두 슬러거가 펼친 '세기의 홈런레이스'로 요약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의 마크 맥과이어(47)와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42)는 지칠 줄 모르는 홈런 퍼레이드로 전세계 팬들을 열광케 했다. 최종결과는 맥과이어의 승리. 당시 한 시즌 최다홈런인 70개를 때린 맥과이어는 66개의 소사를 4개차로 따돌리고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 팬들의 뇌리에 남은 추억엔 얼룩이 잔뜩 묻었다. 맥과이어와 소사는 끊임없이 금지약물 스캔들에 시달린 끝에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16시즌 통산 583홈런(역대 8위)을 때린 뒤 2001년을 끝으로 은퇴한 맥과이어가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인정했다. 12일(한국시간) AP통신은 맥과이어가 보내온 성명서를 공개했다. 맥과이어는 성명서에서 "1989년과 90년 시즌 후 잠깐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뒤 1993년 부상 이후에도 스테로이드에 손을 댔다. 98년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간 쏟아져 나온 의혹에 부인으로 일관하던 맥과이어가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이유는 메이저리그 복귀와 관련돼 있다. 맥과이어는 올시즌부터 세인트루이스의 타격코치를 맡는다. 새 출발을 앞두고 과거를 털어버리려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
그러나 맥과이어의 시인을 계기로 '양심선언'이 줄을 이으리라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이미 지난 2007년 12월 전ㆍ현직 메이저리거 80여명의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고발한 '미첼 보고서'가 공개돼 한바탕 파문이 일었지만, 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데이비드 오티스 등 스캔들에 연루된 스타들은 극구 손사래를 치고 있다.
클레멘스와 본즈의 경우 DNA검사와 소변검사 등으로 물증까지 나온 상황. 둘은 위증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클레멘스가 보유한 사이영상 최다수상(7회), 본즈의 한 시즌 최다홈런(73개)과 개인통산 최다홈런(762개) 기록 역시 '약물의 산물'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최근 출전정지 기간연장 등의 금지약물규정 강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프로무대에서 금지약물 근절은 영원한 난제일 수밖에 없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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