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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맘을 부탁해] 1부 (3) 출산 육아 넘기니 교육은 더 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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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맘을 부탁해] 1부 (3) 출산 육아 넘기니 교육은 더 큰 산

입력
2010.01.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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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식이다 숙제다, 애 뒤치다꺼리 산더미 "학교는 제2 고생문"

15년차 워킹맘 조미연(가명ㆍ40)씨는 지난 가을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의 머릿속을 들춰봤다가 깜짝 놀랐다. 자꾸 머리를 긁적이는 게 이상해 들여다보니 가리마 사이사이로 온통 머릿니였다. 딸이 다니는 학교에 머릿니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머릿니 제거약은 독했다. 밤 10시가 넘어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귀가해 아이 머리에 약을 발라주고 나니 손바닥이 하얗게 다 벗겨졌다. 올해 12세가 된 딸의 몸무게는 고작 25㎏. 또래보다 5~10㎏이나 적다. 방과 후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TV 보는 것 말고는 진득하니 앉아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당연히 학업성취도도 떨어졌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아이를 이렇게 방치했나' 싶어 가슴이 미어졌다. 조씨는 결국 지난해 말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했다.

학교만 보내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출산과 육아의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워킹 맘들은 아이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3, 4세만 돼도 살 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도 대부분 출산과 육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워 본 대다수의 워킹 맘은 "돈 주고도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는 자녀 교육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학원 뺑뺑이 말곤 대책이 없는 방과 후의 긴긴 시간, 시도 때도 없이 급식과 청소 당번으로 엄마를 불러들이는 학교, 엄마 숙제가 돼 버린 고난도의 방학 숙제….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 편입되는 순간부터 워킹 맘의 진짜 역경이 시작된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엄마가 직접 해야 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져요. 책 읽어 주고, 함께 놀아 주고, 준비물 챙겨 주고, 숙제 봐 주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온통 엄마가 할 일들뿐이죠." 조씨는 "육아기도 힘들게 버티며 일해 왔지만 교육 문제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라고 말했다.

방학이면 고아 되는 아이들

워킹 맘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지만 특히 아이들의 방학 기간은 '지옥에서의 한 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학이면 당장 갈 곳 없는 고아가 되니 회사에 앉아 아이들의 끼니부터 걱정해야 한다.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큰 아이(6)가 다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1개월간의 방학에 들어가면서 추운 겨울에 아이를 집밖으로 내모는 매정한 엄마가 됐다. 방학이라 아침부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 이른 시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학원 가기 전까지 잠깐만 혼자 놀고 있으라고 바깥으로 내보내는데 애는 몇 번씩 쉬는 시간이 언제냐고 수업 중에 문을 열어요. 그럼 전 그냥 나가라고 다그칠 수밖에 없죠."그렇게 아이를 보내 놓고 나면 마음이 마음이 아니다. 식사도 아침 점심 모두 간단히 때우거나 굶길 수밖에 없다.

김씨는 "방학에는 아이를 맡길 또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데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은 없더라도 기본 보육 정도는 방학에도 유치원에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래도 엄마 탓, 저래도 엄마 탓

양육의 책임이 전적으로 엄마에게 부과된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엄마 탓이다. 대부분의 남편들도 부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엄마들 스스로도 내 탓이라는 자책을 벗어 던지지 못한다.

"제 딸 아이가 마른 건 체질적인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하는 엄마 입장에선 그게 모두 엄마 탓인 것만 같아요.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배고프다고 전화를 걸어 오면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슈퍼 가서 컵라면 사다 먹어'밖에 없죠. 이래도 엄마 탓, 저래도 엄마 탓인 거예요. 아빠 탓은 안 합니다." 집안 걱정 없이 일하고 회식하면서 척척 승진하는 남자 동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조은영씨의 말이다.

조씨는 워킹 맘의 삶은 양쪽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오래달리기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절대 떼어 버릴 수 없는 주머니요. 죽도록 달리다가 고개를 들어 보면 남들은 저 멀리 달려 나가는데 나만 뒤처져 있어요. 정말 성공하려면 결혼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요즘은 그런 씁쓸한 생각만 들어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전문가 조언 "일하는 엄마에 대한 자긍심 심어주고 짧은 시간도 알차게"

'아이를 엄마 직장에 데려가고, 집에선 짧은 시간도 알차게 보내라.'

워킹 맘들이 겪는 자녀 교육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일하는 엄마의 아이들이 전업 주부의 아이들보다 정서적 안정감이나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오 원장은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 밀도 있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워킹 맘의 아이도 엄마를 만날 기대감으로 얼마든지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아이와 헤어질 때는 작별 인사를 매번 같은 형태로 의식화하고 약속한 시간에는 꼭 돌아오는 게 좋다. 그러면 아이는 '지금은 헤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엄마와 헤어지고도 바로 편안해질 수 있다.

워킹 맘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피곤을 떨치지 못하고 아이에게 짜증스러운 얼굴을 보이기 쉽다. 하지만 이는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일관되고 조용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 퇴근 후 집안이 어지럽혀져 있거나 아이가 숙제를 안 했다고 신경질 내는 것,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용돈이나 장난감으로 보상하는 것, 급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는 것 등은 금물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통합적 사고 능력과 자기 주도적 태도가 필수적인데 이때 걸림돌이 되는 게 불필요한 긴장과 불안.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공부시킬 때 다그치거나 야단치지 말고 부드럽게 인격체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TV를 없애고 거실이나 방을 책으로 채워 놓는 것이 좋다.

쉬는 날이나 휴가 때 아이를 직장에 데려가 동료나 상사 등을 소개해 주면서 엄마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아이가 엄마와 엄마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TV 등에 엄마의 직장과 유사한 곳이 보도되면 보여 줘도 좋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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