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 자신만으로 나눠지는 자존심 강한 정수 소수. 제21회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대표팀은 또 다른 소수에 도전한다. 남은 기간은 단 한 달. 다음달 1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3월1일까지 17일간 펼쳐지는 열전에서 한국은 최소 금메달 6개를 따낸다는 계획이다.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대회부터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의 통산 금메달 수는 17개.
이번 대회에서 6개를 추가, 1과 23으로 나눠지는 소수인 통산 금메달 23개가 1차 목표다. 4년 전 토리노대회에서 금 6개, 은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7위를 차지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 6개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2회 연속 '톱10'에 진입한다는 각오다. 지난 대회까지 따낸 17개 금메달은 전부 쇼트트랙에서 이뤄낸 쾌거.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국내팬들의 시선이 유례없이 분산될 전망이다. 쇼트트랙뿐 아니라 피겨, 스피드스케이팅 등 메달 밭이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왕의 대관식을 주목하라
'피겨퀸' 김연아(20ㆍ고려대)는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난해 여자싱글 최고점인 210.03점을 기록하는 등 5개 대회를 석권한 김연아는 금메달 0순위 후보다. 최근 국제빙상연맹(ISU)이 김연아의 4대륙대회(25~30일ㆍ전주) 출전을 요청하자 해외 언론이 잇따라 우려를 표시할 만큼 관심이 높다.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고 있는 김연아는 4대륙대회 출전 대신 현지에서 막바지 담금질에 몰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이상 일본) 등을 김연아의 경쟁자로 꼽지만, 격차가 크다. 아사다는 지난달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204.62점을 기록했지만, 대회 성격상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또 안도는 2007년 기록한 195.09점이 최고기록이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날 선 출사표
'17'.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 개수이자 쇼트트랙대표팀의 통산 금메달 개수다. 그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체면을 살리는 데 앞장선 쇼트트랙은 이번에도 '금빛 릴레이'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쇼트트랙대표팀이 기록한 금메달은 6개. 쇼트트랙에 걸린 메달 11개 중 10개를 휩쓸었다.
이번 대회에선 남녀간판 안현수, 진선유의 부상 탈락과 중국, 캐나다의 약진 등 악재가 겹쳐 4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 그러나 이호석(24ㆍ고양시청) 성시백(23ㆍ용인시청)이 건재한 데다 여자부의 조해리(24ㆍ고양시청) 이은별(19ㆍ연수여고)도 상승세가 두드러져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이규혁(32ㆍ서울시청) 이강석(25ㆍ의정부시청)과 여자부의 이상화(21ㆍ한국체대)가 각각 500m 금메달을 노린다. 이규혁은 1,000m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히고, 모태범(21ㆍ한국체대) 또한 금메달 전력을 갖췄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1개가 전부인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에게 밴쿠버는 신기원을 열어젖힐 '약속의 땅'이다.
반란은 이미 시작됐다
스키점프대표팀은 850만명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장도에 오른다. 스키점프를 주제로 지난 한 해 8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국가대표'의 힘이다. 최흥철(29) 최용직(28) 김현기(27) 강칠구(26ㆍ이상 하이원)로 구성된 대표팀은 단체전 8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잡았다. 물론 당일 컨디션에 따라 영화에서 못다 이룬 메달의 꿈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봅슬레이대표팀의 '무한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강광배(37ㆍ강원도청)를 주축으로 한 대표팀은 4인승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고, 현재 2인승 출전티켓을 따내기 위해 강행군 중이다.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미 달성한 만큼 발걸음도 가볍다. 98년 나가노대회부터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강광배는 루지, 스켈레턴에 이어 이번에는 봅슬레이대표팀으로 출전, 3개 썰매종목을 섭렵하는 이례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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