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신년회 등으로 직장인들의 음주 기회가 잦은 연말연시. 연례행사처럼 정기단속에 불시단속으로 음주운전자들의 저승사자 노릇을 했던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요즘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직장에서 관악구 봉천동 집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32)씨는 "예년 이맘때라면 회식 후 집으로 가는 중에 두세 차례 마주쳤을 단속경찰을 최근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회식 탓에 운전면허 정지기준에 해당할 수준의 음주를 두 차례나 하고 '살얼음' 운전을 했던 터라 의아함이 더했다.
대목인데도 뜸해진 음주단속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혹한 때문이다. 수은주가 영하 5도로 떨어지면 음주측정기 오작동 가능성이 커 한파 중에는 경찰이 음주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서울은 지난달 26일 이후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2주 이상 계속됐고, 시무식이 열린 4일에는 대폭설까지 내렸다.
서울경찰청은 특별단속기간(12.1~1.10)임에도 12월 26일과 30일, 그리고 지난 4일은 아예 시 전역에서 음주단속을 하지 않았다. 강남의 한 경찰서는 올 들어 3일 정도만 단속경찰을 내보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모든 측정기기는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혹한이 풀릴 때까지 사실상 단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주측정기 오작동도 문제지만 혹한에 빙판길에 변한 도로사정 역시 경찰이 단속을 하지않는 한 요인이다. 음주단속이 오히려 사고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경찰관은 "기온이 영하 5도 밑으로 내려가면 서울경찰청에서 '음주단속을 하지 마라'는 지시가 교통안전계로 떨어진다"며 "요즘 같은 추위와 도로사정에 단속을 벌였다간 시민불만이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혹한으로 음주운전 습관까지 줄어든 건 아니다. 강남서의 지난 12월 음주운전 적발건수(262건)는 혹한 속에서도 다른 달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경찰이 혹한에 손을 놓고 있기보다 음주운전 의심차량을 선별 추적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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