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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모두 정신 좀 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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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모두 정신 좀 차려야"

입력
2010.0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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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신문에서 두 사람이 한국사회에"정신 좀 차려라"고 말한 걸 읽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 칼럼의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다. 경제계 리더와 경제학자가 나란히 비슷한 쓴 소리를 한 것이 공교롭다. 그러나 우연한 일은 아닌 듯도 하다.

이건희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언론과 만났다. 과거'샌드위치론'처럼 우리 사회에 제시하고 싶은 새 화두를 묻자"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특별 사면된 처지에 사회를 훈계하는 듯한 말이 아니꼽게 들릴 수있다.

이건희 회장의 쓴 소리

그러나 그는 세계 최강 기업과 사람이 겨루는 전시회에서 보듯, 사회 모든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딜 수 있다고 일깨웠다. 그의 경륜과 안목에 비춰 고깝게 여길 일은 아니다.

이 교수는 하버드와 케임브리지 대에서 경제발전론과 경제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친 학자로 경제사학회장을 지냈다. 학문적 이력에 어울리게 한국 경제의 지난 60년을 성공의 역사로 규정하면서도 정경유착 관치경제 재벌체제 노동억압 등의 어두운 유산을 지적했다. 또 민주화와 외환위기를 계기로 많은 변화와 개혁을 이뤘지만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 갈등이 과제로 남았다고 일깨웠다.

그는 성장동력을 되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위기극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제 정치ㆍ경제 질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100년 전 실패의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공 역사를 이어가려면 지금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는 고언이다.

경제학자는 경제를 좌우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만 열심히 흐름을 연구하고 올바른 선택을 조언하며 잘못된 결정을 경고한다. 반면 기업가는 애초 당위의 영역을 벗어나 생존의 법칙을 좇는다. 오로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궁극목표이다. 삼성의 선대 이병철 회장은"망한 기업인이 가장 나쁜 기업인"이라고 했다던가. 기업의 존재가치와 기업가의 책무를 정확히 짚었다.

두 사람의 충고는 뉘앙스는 다르지만 같은 메시지를 담았다고 본다. 지난 세월 이룬 성공에 안주하거나 그 과정에서 쌓인 갈등에 함몰되면, 기업이든 사회든 어느새 실패하고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과거와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충고이다.

이들이 걱정하는 우리사회의 병폐는 결국 우리 자신과 바깥 세상을 올바로 보지 못한 채'우물 안 싸움'에 몰두하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사회ㆍ경제 이념과 계층, 지역 등으로 나뉘어 이상과 가치와 이해를 다투는 것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보다 저마다 내세운 이상과 원칙이 현실의 이슈와 얽히면 정체 모호하거나 모순되기 일쑤인 것이 문제다. 그걸 아랑곳 하지 않고 정신 없이 싸우느라 급변하는 세계에 어떤 도전과 기회가 기다리는지 깨닫지 못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정부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혼란이 모든 갈등을 악화시키는 근본이다. 이를테면 완고한 보수는 금융위기 교훈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시장자유와 규제완화를 떠든다. 정부와 국가보다 시장을 신뢰하는 낡은 발상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 컬럼비아대의 에드먼드 펠프스는 "국가가 없으면 자본주의가 붕괴한다"고 일깨웠다.

정부와 정권보다 국가

지각 없는 진보는 늘 경제와 사회 분야의 국가 개입을 외치면서도, 정부와 정권을 욕하느라 국가 자체의 신뢰를 허문다. 촛불시위와 용산 참사 등에서 야당세력이 거리에 나와 법원 판결 등 국가사법작용까지 부정하는 행태는 의회정치 등 국가제도의 권위와 존립을 스스로 위협한다. 진보 언론이 용산 희생자를 '민중열사'도 모자라 '천사님'으로 우러르는 것을 함께 기꺼워할일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정부와 정권 너머 국가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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