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인기도 시간 앞에선 한낱 신기루인가. 일요일 저녁 시청자들을 TV 앞에 모이게 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시청률 강자를 자부하던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패밀리가 떴다'는 출연진을 전원 교체하고, 포맷 변경까지 고심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느껴진다. '패밀리가 떴다'의 최대 라이벌인,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코너 '1박 2일'도 깜짝 게스트를 연신 동원, 시청률 고수 작전에 나섰다. 2년 넘게 안방을 주름잡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의 변심에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위기감은 '패밀리가 떴다'의 시즌2 개편에서 강하게 느껴진다. 2008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는 '1박2일'처럼 연예인들이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여성 출연자로 승부수를 띄웠다. 덕분에 한때 30%(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고공비행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시청률은 급전직하했다. 10~12월 3개월간 전국 평균 시청률은 16.8%에 불과했다. 급기야 지난 주 발표한 주간 시청률 순위에선 13.6%를 기록하며 31위에 그쳤다. 3주 전보다 무려 14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인기 하락의 원인은 신선도 부족에 있다. 장기간 유사한 형식을 밟아온 게 패인이었다. 매번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공간에서 동일한 출연자들이 펼치는 아옹다옹식 생활이 약발을 다했다는 평가가 많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2의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곽영승 PD는 "형식 변화에 대해 아직도 회의를 거듭하고 있고, 어느 정도 바뀐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금 그대로는 안 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도 멤버 전원 교체를 선택한 것도 "새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출연자 교체만으론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상황 판단이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균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지만 '1박2일'도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공익근무 요원을 마친 김종민을 납치하다시피 해 프로그램에 투입하고, 예능프로그램에선 만나기 쉽지 않은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게스트로 초대했다. 기존 포맷과 출연진을 유지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전하고 싶은 고심이 묻어난다. '1박2일' 제작진은 "앞으로 형식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남극 특집'같은 더 신선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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