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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태양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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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태양의 서쪽

입력
2010.01.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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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다다른 햇살은 지상에서 가장 가파른 절벽이다

본 적 없는 태양의 뒤편 그 저녁이 우리의 주기를 이루어

지구가 내게 어깨를 기대 저물어갈 때

국경의 여인숙은 불을 켜고

하루를 떠내려 온 우리들 행장을 풀고 태양의 적멸을 보네 이곳은 고대 사원에 뚫린 비밀의 구멍 그리하여 나란히 선 우리들 젖은 옷깃을 말리고 소리가 된 적 없는 말들이 흘러가는 동안 멈추어 서서 귀 기울이는 이는 없었네 육지에 다다르지 못한 파도들이 밀려와 지평선을 만들었으나 태양은 수시로 몸을 바꿔 수평선을 몰아가고 나는 부신 눈을 자주 비비네

절벽이 된 햇살, 파편이 되어 능선을 베니 온몸에 차마 꽃이 되지 못한 피멍들 피고 나란히 선 우리들 끝내 울지도 못하고

바람이 버리고 간 말과 눈물이 몰락하는 서쪽에 앉아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오랜 유배지의 벽에 기대니

달이 걸어와 이마를 어루만지네

다시 강을 건너 이 변방까지 찾아오는 태양의 동쪽

국경의 옛 여인숙이 불을 끄는 시간

● 서울에 나가 밤이 깊어지도록 술을 마셨습니다. 시간은 새벽 두 시. 귀가하려고 밖으로 나갔더니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더군요. 나와 마찬가지로 송년회를 끝내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은 많은데 택시는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택시를 잡지 못했습니다. 무척 추운 밤이었습니다. 북극이 생각나는 밤이었습니다. 혹은 빙산이나. 그러다가 기왕이면 태양 같은 걸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좀 따뜻해지더군요. 그 다음에는 국밥을 생각했습니다. 한결 낫더군요. 그러다 결국 국밥집에 갔습니다. 생각이 에너지였나 봐요. 좀 있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더군요. 실은 막걸리까지 시켜서 마셨거든요. 하니 너무 춥다면 태양을 생각하시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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