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의 소송가액으로 사법사상 최대 규모의 민사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차 채권단 소송의 항소심 결과가 삼성생명 상장 이후에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선고가 아닌 조정으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 강영호)는 11일 "삼성측과 채권단 모두 삼성생명 상장 이후에 조정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최종 결론은 삼성생명이 상장된 이후에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강제조정안을 제시했고, 이날 조정기일을 잡고 수용의사를 듣기로 했지만, 양측의 요구에 따라 조정기일을 연기했다.
양측 모두 연기를 요구한 것은 삼성생명이 상장 된 후에 조정안 합의를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99년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채권단이 손해를 입자 삼성측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지급하고,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당시 삼성생명의 주가는 70만원으로 평가됐는데, 주가가 이에 못 미쳐 2조4,500억여원에 달하는 손실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이 전 회장이 추가로 주식을 출연하거나 계열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충당한다는 것이 합의안의 골자였다.
하지만 삼성측은 상장 후 삼성생명의 예상 거래가가 100만원을 웃돌 것으로 평가되자, 추가 출연 없이도 채권단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단 역시 주식을 받더라도 삼성생명 상장의 불확실성이라는 큰 부담이 있었던 만큼, 이 문제만 해결되면 조정안 합의가 더 순조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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