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야간 정면충돌뿐 아니라 여권 내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갈등도 표면화하면서 정치권은 당분간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세종시 문제는 여권 내 차기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ㆍ2 지방선거에서도 핵심 선거이슈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여야는 전면전 태세에 돌입했다. 여권 주류는 향후 여론이 세종시 운명을 좌우한다는 판단에 따라 "수정안은 충청과 국가의 발전을 조화시킨 고심의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수정안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수정안은 세종시 폐기안"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한 반대 투쟁에 들어갔다.
앞으로 여야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더 큰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논의 과정에서는 안개 정국이 전개될 것이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계가 특정 시점에 수정안 반대의 수위를 높인다면 혼란은 더 커진다. 결국 2,4월 임시국회 또는 그 이후까지 논란이 계속되면서 세종시 문제는 상반기 정국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세종시 수정안의 향배가 정국의 큰 줄기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
수정안이 여론의 호응을 얻으며 관철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수정안이 좌절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게 된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수정안이 좌절되면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수정안이 좌절되면 박 전 대표가 오히려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친이계와 친박계 간 세종시 갈등이 격화한다면 여당 분열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다면적으로 봐야 한다.
정운찬 총리는 양날의 칼 위에 섰다. 수정안이 관철될 경우 여권 차기 주자로 부상하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엔 정치적 좌절을 맛볼 수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당내 논의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나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등 야권의 잠재적 차기 주자들은 당연히 수정안을 저지해야만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이들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야당 지도자들은 당과 자신의 운명을 걸고 결사항전에 나설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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