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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아바타 돌풍' 충무로엔 재앙

입력
2010.0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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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테마 파크로 이름이 높다. 영화 '쥬라기 공원' '워터월드' 등의 내용을 응용해 만든 놀이시설 앞에서 관광객들은 속절없이 지갑을 연다. 5년 전 그 곳을 찾았을 때 '터미네이터 2: 3D'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대 공연에 3D(입체)영상을 접붙인 한 편의 그럴듯한 쇼로 1996년부터 관광객을 만나고 있었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액체 금속 로봇의 입체감이 너무나도 실감나 몇 차례나 움찔했던 기억이 난다.

'터미네이터 2: 3D'의 연출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다. 그의 생애 첫 3D 프로젝트였다. 최근 영상혁명으로까지 불리며 여러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3D영화 '아바타'를 탄생시키기 13년 전부터 카메론은 이미 3D영상으로 사람들을 희롱하고 있었던 셈이다. '타이타닉'(1997)이후 극영화를 만들지 않았던 그의 암중모색과 호시탐탐이 그저 무서울 따름이다.

또 다시 할리우드가 영화 역사를 바꾸고 있다. 1927년 '재즈 싱어'로 유성영화 시대를 열어젖히고, 1935년 '베키 샤프'로 컬러 시대의 막을 올린 할리우드가 이젠 3D영화라는 신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영화 파일의 불법 유통 때문에 수입은 쪼그라들었고, 지지난해의 글로벌 경제 위기로 투자자들은 발을 뺐다. 인도 등 영화 후발국들의 일부 시장 잠식도 눈에 거슬리는 상황이었다. '아바타'로 대변되는 3D영화는 영화 제국의 잃어버린 영토를 단번에 되찾을 수 있는 첨단 무기였다. 매번 벼리고 벼린 새로운 기술로 위기를 넘기며 철옹성을 구축해온 할리우드답다.

할리우드에선 '아바타' 찬가와 함께 낙관적인 미래 전망들이 흘러나온다. 제조업 강국 중국이 창의적인 콘텐츠 산업에선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데 '아바타'가 그 산업적 격차를 더 벌렸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충무로는 장탄식에 빠졌다. 자본과 기술이라는 할리우드의 높고 높은 장벽을 새삼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제야 부랴부랴 '아름다운 우리'와 '제7광구' 등 한국판 3D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라지만 갈 길은 한참 멀어 보이고 낙관보다 비관이 앞선다. 시장 규모는 제자리인데 제작비는 곱절로 뛸 것이고, 할리우드 3D영화의 융단 폭격까지 예상된다. 한국적인 내용으로 승부수를 띄웠던 도전 정신도 요즘은 온데간데 없다. '아바타'라는 영화의 미래는 한국 영화계엔 한동안 잊고 지냈던 패배의식과 절망감을 다시 일깨우는 문화적 재앙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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