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문학을 번역한 신간 2종을 받았다. 하나는 옥담 이응희(1579~1651)의 시집 <옥담유고> 와 <옥담사집> (이상하 옮김ㆍ소명출판 발행)이고, 다른 하나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산문을 정밀하게 들여다본 <연암산문정독 2> (박희병, 정길수 등 편역ㆍ돌베개 발행)이다. 연암산문정독> 옥담사집> 옥담유고>
2007년 발행된 1권에 이어 나온 <연암산문정독 2> 는 고전을 샅샅이 읽고 주석을 단, 옮긴이들의 노고가 감탄스런 책이다. 번역문과 원문 모두에 주석을 달고, 여러 이본을 빠짐없이 비교하고, 그동안 나온 수십 종의 번역을 대조하고, 이덕무 김택영 등 연암 당대와 후대 문인들이 남긴 비평까지 실었으니, 정독도 이런 정독이 없다. 덕분에 조선 최고 문장가 연암의 글을 정확하고도 깊이있게 읽을 수 있게 됐다. 총 5권으로 예정된 이 시리즈는 연암학 연구의 가장 미더운 토대이자 성과가 될 것이다. 연암산문정독>
옥담 시집 두 권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그는 지금의 경기도 산본 수리산 아래 마을에서 농사 짓고 살면서 평생 1,000편이 넘는 시를 남겼다. 그의 시는 농촌의 일상을 소박하게 읊조린 생활시와, 백과사전 편찬하듯 항목을 나눠 만물을 노래한 시로 나뉜다. 생활시엔 관념적인 음풍농월 대신 실제 삶의 숨결이 오롯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시로 쓴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한 연작시 '만물편'이다. 세상 만물을 음양, 꽃나무, 과실, 곡물, 채소, 물고기, 의복, 생활용품, 악기, 그릇, 동물, 식물, 곤충, 음식, 약초 등 25종으로 나누고, 그 아래 다시 280가지 사물을 배열해 하나하나 오언율시를 지었다. 꽃나무 시편으로 소나무 잣나무 장미 연꽃 등 24수, 음식 편에 밥 국 떡 만두 술 등 13수, 그런 식으로 엮었다. 그 많은 것을 일일이 노래한 것을 보면 어지간히 호기심 많고 다정다감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한문 고전을 요즘 독자가 읽을 수 있게 번역하는 것은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묵묵히 그 길을 걷는 연구자들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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