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核무기 없는 세상' 오바마의 약속 지켜질까
지난 해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체코 프라하를 방문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담대한 이상'을 밝혔었다. 미국이 이끌고 있는 전쟁들에 지친 세계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의 연설에 주목했다. 핵확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지 않고 "미국이 앞장서겠다"며 핵군축(核軍縮) 등 솔선수범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는 올해 안에 보다 뚜렷한 윤곽이 드러난다. 4월 12,13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회 핵안보 정상회의와 5월 3~28일 뉴욕에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44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비핵국가와 테러리스트 수중으로 핵무기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한 국제 관리체계 구축이 집중 논의된다.
냉전시대에는 핵무기 보유가 미국과 소련 두 체제간 전쟁을 억지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했었지만, 테러시대에 핵무기의 존재는'언제 불량배 손에 쥐어질지 모르는 권총'처럼 위협적이다. 정상회의에서는 서약이나 성명 발표 형식으로 이에 대한 전세계적인 우려와 협조약속을 담을 예정이다.
5월 예정된 제8차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이다. 현재 189개국이 가입한 NTP는 그 한계점이 극명하게 노출돼 있다. 핵무기 보유국들은 일부 비핵보유국의 핵무기 개발을 비난해왔고, 비핵국가들은 핵보유국들이 핵폐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맞서 왔다.
이번 평가회의에서는 이란, 북한의 핵 개발 문제와 함께 강대국들의 핵무기 감축 규모가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오바마 정권이 출범하면서 NTP의 방점이 강대국들의 핵무기 폐기로 옮겨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상은 NTP 평가회의의 성패에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미ㆍ러 양국은 NTP 평가회의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협상은 다소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4년 동안 잠자고 있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올해 미 의회를 통과할 것인지도 큰 관심사다. 1996년 유엔총회에서 의결된 CTBT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비준을 거부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비준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CTBT의 국회 비준을 추진할 계획인데, 성공한다면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서명이나 비준을 미루고 있는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어,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 비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상반기의 핵 관련 회의들에서 CTBT 비준을 천명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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