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월드컵 결전의 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란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잠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2-4로 완패했다. 0-2로 뒤진 전반 34분 김정우(광주), 1-4로 뒤진 후반 37분 구자철(제주)이 각각 만회골을 넣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대표팀이 한 경기에서 세 골 이상 내준 것은 처음이다.
잠비아전 결과만 놓고 남아공월드컵에서의 희비를 논할 수는 없다. 해발 1,750m 고지와 비가 내려 젖은 그라운드 등 낯선 환경이 승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서도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잠비아전을 통해 남아공월드컵을 향한 '허정무호'의 과제는 명확해졌다. 대표팀은
자블라니의 특성, 완벽히 체득하라
대표팀은 잠비아전에서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로 첫 실전을 치렀다. 반발력이 좋고 볼 스피드가 빠른 특성에 적응하지 못해 경기 내내 고전했다. 허 감독은 "볼에 스핀이 먹지 않아 선수들이 크로스에 어려움을 느꼈다. 골키퍼 이운재도 볼의 특성에 적응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거리 슈팅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초반 펠릭스 카통고에 기습적인 중거리포를 허용하며 기선을 빼앗겼고, 한국이 얻어낸 두 골은 모두 중거리 슈팅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시 떠오르는 수비 고민
안정돼 가는 듯 했던 '허정무호'의 수비라인 고민이 잠비아전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용형(제주)-이정수(교토) 중앙 수비 조합은 최근 '최적의 카드'로 낙점 받는 듯 했지만 잠비아의 개인기와 스피드 앞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4골을 내준 근본 원인은 공수 밸런스 붕괴에 있지만 대표팀 수비진은 잠비아의 파상 공세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수적 우세를 살리지 못한 두 번째 골 장면과 네 번째 실점으로 연결된 페널티 킥을 내준 상황은 특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은 남아공월드컵에서 개인 능력에서 잠비아보다 한 수 위인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첫 경기 상대인 그리스도 수비지향적 스타일을 버리고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수비진의 공고함 없이는 어떤 필승 비책도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의 적, 낯선 환경
대표팀은 잠비아를 상대로 '빙판 축구'를 하는 듯 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 위에서 중심잡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고지대 적응 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한국 축구의 강점인 체력과 스피드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현지 계절로 겨울에 치러지는 월드컵 본선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돌출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 대표팀은 저지대(포트 엘리자베스)-고지대(요하네스버그)-저지대(더반)의 순서로 월드컵 조별리그를 치른다. 빠른 시간 내에 달라진 환경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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