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예측이 작년보다는 낙관적인데 반해 정치예측은 암울하기만 하다. 계속되는 국회 파행으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 정당 간 갈등의 요소가 적은 법안들마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정치에 대한 냉소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6월 지방선거에 집착하는 정당들이 괘씸하다. 국민은 이제 정치권을 비난하는 것마저 지쳐버렸다.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이지 법을 지키는 곳은 아니라는 조롱마저 있다.
국회 파행에 국민은 냉소
올해 정치인들은 국민에게서 사랑 받는 것은 고사하고 버림받지 않는 정치를 만들도록 결의 했으면 한다. 더 이상 자신들만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지 말기 바란다. 선거에서 자신들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자만하지 말기 바란다. 국민이 지금의 정치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면 정치인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살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우선 정당들은 내부적 정체성을 모색해야 한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행정부의 효율성 중심의 정책에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안인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세종시 특위를 구성했지만 백서에서 특위 차원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에 당내 의견수렴조차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 설득을 기대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라는 객관적 실체가 기본이며, 여당이라는 집권당의 위상은 한시적인 선거 결과일 따름이다. 따라서 여당이기 이전에 정당으로서 구성원들과 국민에게 분명한 이념적ㆍ 정책적 정체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오히려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18대 국회가 끊임없는 파행에 빠진 이유 중 하나가 여당의 무조건적인 행정부 편들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반MB연대 결성을 기초로 지방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한다. 한 정당의 정체성이 집권당에 대한 반대로 나타날 수는 없다. 정치적 반대란 자신들의 정체성과 차별화를 거친 다음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비난함으로써 국민 지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정책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염두에 두지 않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새해를 준비하는 정치권을 볼 때 단기적으로 상대 정당을 누르려는 전략들만 무성할 뿐, 정치적 자각과 정체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 정당과의 갈등과 경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항상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 상대 정당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뿐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이런 정당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권만의 갇혀있는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국민을 먼저 바라보는 정치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정치권의 소통부재와 낮은 관용성은 당연한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갖지 못한다면 상대의 의견에 대립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정당 내부적 공감대가 만들어질 때 자신감이 생기고 상대와 소통할 준비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차이가 존재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지금의 정치권은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부디 새해에는 자기를 먼저 돌아보고 어떤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 냉정히 검토한 후에 정치무대에 나서주길 바란다. 소통은 상대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정치권이 깨달아준다면 굳이 외국의 정치를 부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