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의 갈등 파고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세종시 수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한 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는 서로에게 날을 세웠다. 일부에선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두 계파간 타협의 여지가 극도로 좁아졌기 때문이다.
친이계 의원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태근 의원이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낸 데 이어 김용태 의원은 "기가 막힌다. 일전에 '내가 아니라 충청부터 설득하라'고 말했던 박 전 대표가 명백히 약속위반을 했다"고 비난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당내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 것"이라며 "오만과 독선이 연상된다"고 공격했다. 영남지역 초선 의원은 "자신이 만든 당론에 절대주의를 적용하면서 당론이 바뀌면 불복종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박 전 대표가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다면 분당 등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다시 똘똘 뭉쳤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죄라면 죄값을 달게 받겠다는 심정"이라고 강경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정태근 의원 등의 공격에 대해 "얼마 전 일부 외부세력들의 비방 언동을 감안하면 상당히 조직적이거나 의도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한 뒤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문제도 거론했다. 친박계 가운데 일부 수정안 찬성파 의원들은 "토를 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입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스스로 퇴로를 없앤 것이 걱정"이라는 우려도 적잖이 나왔다.
향후 전략과 관련 친이계는 "여론전에서 해볼 만하다"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우선 국민과 충청주민 설득 작업을 벌인 뒤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세종시 수정안 입법화 절차를 밟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친이계 의원은 "수정안 발표 후 지지 여론이 확산된다면 박 전 대표도 무시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를 직접 접촉해 설득하는 방안에 대해선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친박계 역시 여론을 믿고 있다.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에 접근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재선 의원은 "비(非) 충청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 여론의 향방을 속단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표는 2005년과 2006년 사학법 투쟁 때도 극도로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켰다"고 주장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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