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새해 첫 평가전은 신예와 베테랑들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 채 끝났다. 구자철(제주) 이승렬(이상 21ㆍ서울) 김신욱(22ㆍ울산)은 젊은 패기로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이동국(31ㆍ전북) 이운재(37ㆍ수원) 조용형(27ㆍ제주) 등은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활약으로 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신예들의 희망가
남아공 '희망봉'에서 첫 경기를 치른 대표팀이 비록 2-4로 패했지만 젊은 피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위안거리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전략적으로 발탁했던 유망주들이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20세 이하 이집트월드컵 8강 쾌거 주역이었던 미드필더 구자철과 공격수 이승렬이 눈에 띄었다. 구자철과 이승렬은 허 감독이 "활기찼다"고 평가할 만큼 무난한 활약상을 펼쳤다.
후반 19분 김정우(광주)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구자철은 37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는 등 중원을 무리 없이 지휘했다. 후반 34분에 투입된 공격수 이승렬은 2008년 K리그 신인왕다운 대담한 공격 플레이를 펼쳤다. 196cm의 국내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A매치 데뷔전에서 후반 45분을 뛰며 무난한 합격점을 받았다. 허 감독은 끊임 없는 몸싸움을 벌인 김신욱에 대해 "패스 등의 움직임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밖에 구자철의 추가골에 기여한 '쌕쌕이' 이승현(부산)도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적극적인 측면 돌파가 돋보였다.
▲가려진 올드보이들의 관록
잠비아와 평가전은 '올드보이'로 불리는 베테랑들의 역할이 기대됐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까닭에 이동국과 이운재 등의 활약이 중요했다. 하지만 스트라이커 이동국은 선발로 출전했지만 또다시 골사냥에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동국은 지난 2006년 2월15일 멕시코전 이후 4년째 A매치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또 K리그에서의 부활로 다시 기회를 잡은 이후에도 5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해 22골의 맹활약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이동국에 대해 허 감독은 "수비할 때 미드필더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격수 한 명이 해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백전노장 골키퍼 이운재도 4골이나 허용하며 '거미손'이라는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대표팀의 조직력이 크게 흔들린 것도 이운재가 최후방 수비수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전반에 이운재가 골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냥 먹었고, 두 번째도 조금 실수가 있었다"며 이운재의 움직임과 판단력에 아쉬움을 표출했다. 또 '허정무호' 출범 후 꾸준히 중앙수비를 맡고 있던 조용형도 둔한 움직임과 과격한 파울로 수비 불안을 가중시켰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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