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말이나 문자보다 대체로 너그럽다.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힘은 강하다. 수용 문턱이 낮고 수용자의 감성에 직접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진을 대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진은 미심쩍은 목적의 수단으로 심심찮게 복무해왔다.
8일 로이터통신이 올린 저 사진의 메시지는 노골적이다. 아니 솔직하다고 하자. 대신 외신기자는 저 남자의 직업과 나이, 상황을 감춤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그는 다만 7일 오후 러시아 시베리아 옴스크에서 저 사진을 찍었고, 그 날 기온은 섭씨 영하 30도였다는 사실만 차갑게 전한다. 사진 속 남자는 서리가 눈썹까지 덮도록 장승처럼 저렇게 서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그는 얼어 감각마저 마비된 얼굴보다, 굳은 허리와 무릎 관절을 푸느라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서울의 8일 최저기온은 영하 12도였다. 이 도시의 빌딩 현관 바깥, 보도의 한 구석, 전방 철책선 앞에, 그와 같지는 않겠지만, 저런 이들이 있다. '우리' 몫의 추위까지 대신 감당하는 이들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옴스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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