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이 임박했다고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 열차가 9일 중 북한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을 지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단둥시 일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6일부터 특별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전해온 일본 언론의 보도와 달리 8일 단둥역 주변은 평소보다 경찰력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역 광장에 소형 순찰차 서너 대가 주차되어 있는 정도다. 역 대기실에도 평소와 비슷한 10명 이내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대비한 움직임이라고 판단하기 힘든 모습이다. 역 앞에선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택시 호객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등 검문이 강화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일반 열차의 통행이 금지되었다고 알려진 압록강 철교도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북한 신의주에서 출발한 열차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 단둥으로 들어오는 모습에선 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철교 인군에선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어부들이 오가는 등 평소와 같은 풍경들이 이어졌다.
현지 주민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느낄만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단둥역에서 만난 한 상인은 "12월엔 중국 전역에서 치안이 강화되고 연말을 전후해선 단둥 세관이 업무를 일시 중단하곤 했다"며 "이런 사정을 모르는 외국 언론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기정사실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만일 김 위원장이 방중한다면 압록강 주변 진입 자체가 통제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 당국이 단둥에 갑자기 경비병력을 강화해 간접적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평상태세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후 해외 순방 시 줄곧 열차를 이용해온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평양-신의주-단둥-선양-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통해 방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둥의 대북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방중에 나선다면 대략 평양에서 정오 즈음에 출발해 다음날 오전 8시경 베이징 숙소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통 오전 10시를 전후해 외교행사가 시작되는 베이징의 관례를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도착 시간을 이같이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일 이 같은 관측이 벗어나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의 열차는 오후 6시 무렵 단둥역을 지나게 된다. 김일성 주석의 경우 방중 때는 단둥에서 하차해 인근 호텔에서 환영 연회를 가졌지만, 자신의 동선이 드러나는 것을 철저히 꺼리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2006년 1월8일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단둥역에서 열차만 5분간 정차했을 뿐이다. 따라서 중국 공안이 김 위원장의 방문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위험을 무릅쓴 채 단둥역 주변에서 경비태세를 강화할 이유는 적다. 한산한 단둥의 분위기만으로 김 위원장의 방북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단둥=장학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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