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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휴가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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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휴가곤욕

입력
2010.01.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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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하와이가 고향이지만, 하와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봉변도 여러 번 당했다. 1999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 회기가 끝나기도 전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떠났다. 때문에 한창 논란이 됐던 총기규제법안 표결에 불참했고, 민주당은 5표 차로 졌다. 오바마는 이듬해 당내 하원 예비선거 완패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승승장구하던 정치역정에서 유일한 오점이었다.

항공기 테러기도는 큰 경고음

꼭 10년 뒤인 지난달 크리스마스에 오바마는 휴가를 보내던 하와이에서 디트로이트행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을 보고 받았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휴가 일정을 강행했고, 이 때문에 초기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난에 휘말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테러기도 사건이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의 9ㆍ11 테러 못지 않게 오바마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경고음(wake-up call)'이라고 전했다. 사건의 여파야 9ㆍ11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안보 리더십'을 의심 받아온 오바마에게는 그만큼 큰 정치적 충격이라는 뜻이다.

그렇잖아도 오바마는 9ㆍ11 직전의 부시보다 상황이 훨씬 나빴다.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전쟁, 이란ㆍ북한 핵문제, 건강보험 개혁, 기후변화, 경제위기, 금융규제 등 국내외 초대형 이슈로 수렁에 빠진 오바마와 달리 당시 부시는 감세나 낙오학생 방지법 같은 '한가한' 이슈가 전부였다. 의회와도 우호적이었다.

오바마를 부시에 비교하는 것은 부시가 9ㆍ11 이후 '전시대통령'이라는 강인한 지도자로 변신한 것과 달리 오바마는 안보에 관한 한 여전히 유약한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오바마가 7일 "결국 내 책임"이라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전까지 백악관의 대응은 갈지(之)자 행보 그대로였다.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됐다"고 했다가 뒤늦게 "정보기관 간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대적 쇄신을 주문하는가 하면,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을 옹호하다 여론에 밀려 "더 이상 실수는 용납 않겠다"며 정보기관 수장들을 강한 톤으로 책망했다.

휴가를 중단하지 않은 데 대해선 "그러면 알 카에다가 승리했다고 득의만만해 할 것 같아서"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난맥상을 드러낸 중앙정보국(CIA)이나 국가 대테러센터(NCTC)의 수장들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계속 즐긴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관대한 리더십(benign leadership)'을 폐기, 북한ㆍ이란 핵 문제에 대한 정책이 단호하게 바뀔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소 비아냥 섞인 말이다.

2004년 10월 29일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알 카에다는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메시지를 공개했다. 알 카에다의 메시지는 미 유권자의 테러 불안감을 극도로 자극했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앞서던 판세는 단번에 뒤집어졌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에겐 이 사건이 지난 대선이나 올 중간선거 직전에 터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흑인대통령'의 역사적 실험을 허망하게 끝장낼 수 있는 지뢰는 도처에 있다.

'휴가 중단의 정치'를 알아야

"대통령직은 내용(substance)이 아니라 상징(symbol)"이라는 미국의 정치 금언이 있다. 워싱턴에 있으나 하와이에 있으나 국정수행에 아무 차이가 없다고 강변할 게 아니라 휴가를 중단하고 워싱턴에 복귀하는 '정치'를 이해하는 것이 오바마에게 급선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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