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노스웨스트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 이후 취객의 농담으로 유럽의 허브공항인 영국 히드로공항이 폐쇄될 뻔 하고 미국 항공기들의 회항이 빈발하는 등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두바이로 향하는 아랍에미리트항공사 여객기가 히드로 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던 도중 한 남성(58)이 "내게 폭탄이 있다"고 소리쳐 무장 경찰관들이 비행기로 진입, 이 남성과 동승한 2명 등 3명을 연행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경찰이 기내에서 테러와 관련된 물질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들이 단지 말장난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남성과 동승자 한 명은 술에 취해 기내 난동을 피운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됐다. 보안당국은 이날 히드로공항 폐쇄를 검토했지만 허브공항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상 운영토록 했다.
7일에도 만취한 승객 때문에 F-16 전투기 두 대가 출격해 미국 애틀랜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운항하던 에어트랜 항공 소속 여객기를 콜로라도 스프링스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켰다. 이 승객(46)이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자리에 앉으라는 기장의 말을 무시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기 때문. 신고를 접수한 북미항공방위사령부는 즉시 F-16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파키스탄 국적의 이 남성은 FBI에 인계되어 조사 중이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 3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공항에서 검색대를 무단 통과해 공항을 마비시킨 용의자는 장하이송(28)이라는 중국 출신 남성으로 밝혀졌다. 뉴어크 공항 측은 장이 럿거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으로, 여자친구와의 작별 키스를 위해 무단 침입했을 뿐 테러 행위를 할 의도가 없어 곧 풀려났다고 밝혔다.
새해 첫날에도 의심스러운 승객과 물건 때문에 미국 여객기 2대가 각각 회항했고, 지난달 27일에도 테러기도 사건이 발생한 여객기와 같은 편인 노스웨스트 항공 253편에서 나이지리아인 승객이 화장실에 들어가 1시간 이상 나오지 않자, 미 디트로이트 공항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각국 보안 당국이 사소한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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