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수감됐던 미국 흑인 남성이 2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감옥에서 숨을 거둔 뒤였다. 노모는 아들의 묘소에 꽃을 놓으며 기쁨의 눈물을 서럽게 울었다.
미국 텍사스주 검찰총장은 7일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티머시 콜먼(사진)에게 사후 사면령을 내릴 권한이 있음을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999년 콜먼이 사망한 후에도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해온 가족들의 25년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텍사스공대 학생이던 콜먼은 1985년 러벅시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용의자로 체포됐다. 연쇄 강간범 체포를 위해 학생으로 위장하고 잠복 중이던 여성 경찰관에게 함께 술을 마시러 가자고 제안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이었다. 수사는 줄곧 '짜맞추기'로 진행됐다.
당시 성폭행범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으로 추정됐으나 콜먼은 천식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용의자들의 사진을 보여줄 때 유독 콜먼의 사진만 컬러사진을 제시했다. 콜은 25년 형을 선고 받았고,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불확실한 증언뿐이었다. 콜먼은 1999년 천식 합병증으로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가족들에게 결정적인 무죄 입증단서가 날아든 것은 2007년. 다른 성폭행 사건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제리 웨인 존슨이라는 남자가 자신이 진범임을 자백하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DNA 검사 결과 존슨의 자백은 사실로 판명됐다. 조사 결과 존슨은 콜먼이 살아있던 1995년에도 러벅시 검찰에 범행을 자백하는 편지를 수 차례 보냈으나, 러벅시 검찰이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콜먼의 무죄가 밝혀진 뒤에도 미국 법은 콜먼의 명예회복을 외면했다. 2008년 4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자는 콜먼의 노모에게 사후 사면을 약속했으나 주 검찰은 '텍사스 주 헌법 상 주지사는 반역과 탄핵만 사면할 수 있다'며 주지사의 약속 이행을 막았다. 하지만 이날 텍사스 주 검찰총장이 당초의 입장을 수정함에 따라 콜의 명예회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페리 주지사는 지난해 '팀 콜 법안'에 서명했는데, 잘못된 판결로 투옥된 이들에게 투옥 기간 1년 당 5만~8만 달러의 보상금을 주고, 연금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족들은 연방법원에 공권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셤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첫 논픽션 '이노센트 맨'에서 누명으로 사형수가 된 뒤 12년 만에 DNA 검사로 무죄가 입증돼 석방됐으나 이미 사법 폭력에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한 남자의 실화를 핍진하게 소개한 뒤 "결백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는 일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벌어진다"고 썼다.
미국에서 DNA검사를 법적 증거로 인정한 이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무죄로 풀려난 경우가 250건에 육박한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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