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강추위가 곧 다시 온다는 예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듯하지만 몇 십년 만의 추위는 아니다. 12월 중순부터 한파 지속기간이 길었고, 그동안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온이 높았기 때문에 한결 추위를 느낀다는 기상청의 분석이다. 12월1일부터 1월8일까지 전국의 평균 최저기온은 30년 평년값보다 0.7도 낮은 정도다. 다만 서울은 평년보다 2도 가량 낮았다. 특히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일수가 12일로, 평년보다 8.2일이나 많다. 198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국적으로는 2.2일 많았을 뿐이다.
■가장 추웠던 7일 서울의 영하 13.6도는 철원이 영하 26.8도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추위랄 것도 없다. 그런데도 지난주 내내 온통 난리를 친 것은 무엇보다 새해 벽두 서울에 기록적인 큰 눈이 내린 탓이다. 기상청과 서울시가 폭설을 제때 예보하고 신속히 눈을 치우지 않았다고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그렇다 치고, 가까운 수도권까지 '출퇴근 전쟁' 등으로 신종 플루보다 훨씬 지독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폭설과 추위 속에 시민들이 생고생이라는 보도가 쏟아진 것은 언뜻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무능하고 게으른 공무원들 때문에 하지 않아도 좋을 공연한 고생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처럼 인구와 교통이 과밀하면서도 지형과 도로는 열악한 도시는 드물다. 그에 비춰보면 청소나 제설은 아주 잘하는 편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영도 그렇다. 눈 때문에 고생한 시민들이야 불만이 크겠지만, 굳이 누굴 탓할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만하다. TV 방송들이 겨우내 폭설이 이어지는 모스크바의 제설작업을 소개하며 서울과 곧장 비교하는 것은 황당했다. 여건 차이와 경제성, 세금 부담 등은 외면한 채 제설 능력만 강조할 일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은 올 겨울 우리보다 훨씬 혹독한 추위와 폭설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난은 물론이고 가스 공급이 중단되고 제설용 소금마저 동이나 비상이 걸렸다. 영국에서는 각 가정에 비상식량과 연료를 준비하라고 당부할 정도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대처요령을 안내하는 기사들이다. 빙판길 안전수칙은 기본이고 집 앞의 눈을 치워야 하는 의무와 우유배달원의 낙상사고 때의 법적 책임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도 편리한 문명생활에서 잊었던 '겨울나기의 지혜'를 일깨운 글들이 인상적이다. 소방방재청이 '제설 과태료' 부과를 거론하자 대뜸 욕부터 하는 이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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