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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우 '루시드 드림'/ 정상과 비정상, 그 아슬아슬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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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우 '루시드 드림'/ 정상과 비정상, 그 아슬아슬한 경계

입력
2010.01.1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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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은 명암이 교차하는 밀실이다. 극단 청우의 '루시드 드림'은 분열된 현대인의 자아를 보여준다. 젊은 변호사의 의식의 궤적을 통해 이 시대의 문제를 형상화해 내는 신예 극작가 차근호의 시선이 이색적이다.

상류층의 이혼, 간통, 성폭행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 무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맞물리는 구조를 갖는다. 최근 숨진 선배 변호사가 끝까지 읽고 있던 '죄와 벌'의 주인공 이름이 모두 실제 연쇄살인범의 이름으로 바뀐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겪는 심리의 변화다.

13명을 목숨을 앗은 살인범의 변호를 맡게 되는 그가 재판 준비 과정에서 겪는 마음의 변동 양상에 주목하는 이 연극은 소위 '정상'이란 상태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준다. 의식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광기와 충동의 양상을 표현해내는 이 연극의 관건은 내면 연기다. 감각적 자극이 전면에 대두하는 요즘 무대의 흐름에 대한 반격이다.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생각의 방', 현 시점의 사건 진행을 드러내는 '접견실', 기억과 현실이 뒤섞이는 '침실', 극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공간' 등 내면에 따른 무대의 분할이 인상적이다.

연기파 이남희, 섬세한 내면 연기의 정승길 등 개성파 배우들이 빚어내는 충돌이 뜨겁다. 제목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은 자각몽(自覺夢),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김광보 연출. 12~31일, 산울림소극장. 화~금 8시, 토 4시 7시, 일 4시. (02)889-3561~2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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