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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소설 '가족' 35년만에 막 내려/ "소설로 쓴 내 인생의 자서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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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소설 '가족' 35년만에 막 내려/ "소설로 쓴 내 인생의 자서전 마칩니다"

입력
2010.01.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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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65)씨가 월간 '샘터'에 실어온 국내 최장 연재소설 '가족'이 35년 만에 막을 내린다.

샘터는 "2009년 10월호 이후 건강상 이유로 연재를 잠정 중단해왔던 최씨가 지난달 연재 종료 의사를 밝혔다"며 "후배 작가들이 대신해온 '가족' 연재를 지난달 초 발행된 2010년 1월호를 마지막으로 마감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샘터에 1975년 9월호부터 매달 '가족'을 써왔던 최씨는 사실상 지난해 10월호에 실린 402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내게 됐다. 정확히 34년 4개월 만이다.

최씨는 연재 시작 이후 2008년 6월 침샘암 수술을 받을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연재를 거르지 않는 성실함을 보였다. 매달 원고지 20매 안팎으로 실린 '가족' 원고는 8,000매의 방대한 분량이 됐고, 이는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9권의 단행본으로 묶였다. 400회 연재 기념으로 지난해 7월 발간된 2권짜리 단행본 <가족 앞모습> <가족 뒷모습> 서문에서 최씨는 "35년간 연재하면서 청년에서 장년, 중년과 노년을 거쳐 어느덧 죽음을 앞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며 "'가족'은 소설로 쓴 내 인생의 자서전"이라고 적었다.

최씨는 '가족' 연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생활 속에서 느끼고 깨달은 짧은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연재할 수 없겠냐는 편집자의 제의를 받고, 아내와 다혜(딸) 도단(아들)이를 주인공으로 소설로 된 인생 자서전을 쓰겠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은 연재소설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그렇게 최씨가 가족과 친지 이야기, 주위 사람들과의 인연, 일상 속의 단상을 특유의 필치로 담담하게 서술한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기도 했다.

2006년 신문 연재소설 <제4의 제국> <유림> 을 책으로 묶어낸 이후 창작 활동이 뜸한 듯했던 최씨는 암 투병 중에도 연재를 이어갈 만큼 '가족'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2008년 6월 침샘암 수술을 받으면서 샘터 그 해 8월호부터는 7개월 동안 연재를 중단해야 했던 최씨는, 수술 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2009년 3월호에 근황을 담은 '새봄의 휘파람'을 쓰면서 연재를 재개했다. 이 글은 발병 이후 거의 외부와의 접촉을 삼갔던 최씨가 유일하게 암 투병 사실을 시인한 글이기도 해 화제가 됐다.

최씨는 '가족' 집필 재개 이후 400회 연재를 돌파하며 최장 연재 기록을 경신해가던 중 지난해 10월호를 마지막으로 재차 연재를 중단해야 했다. 결국 마지막 연재분이 된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다'에서 그는 요절 작가인 김유정의 춘천 생가를 다녀온 소식을 전하며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은 계속됐다. 최씨가 연재를 중단한 10개월 동안 그에게서 문학적 세례를 받고자란 후배 소설가들이 짧은 가족소설로 최씨 대신 집필을 이어갔던 것. 첫 휴재기엔 김별아, 윤성희, 백가흠, 김도언, 김종광, 손홍규, 서재영씨가 '가족'을 이어 썼고, 최근 석 달치는 하성란, 권정현, 구경미씨가 연재를 계속했다. 이 역시 우리 문단에 전례없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성란씨는 "예전처럼 치료 받고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연재를 끝낸다니 안타깝고 걱정스럽다"며 "최 선생님의 작가 정신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윤성희씨는 "고교생 시절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며 문학의 꿈을 키웠다"며 쾌유를 빌었다.

건강 악화로 지난해 말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2일 퇴원한 최씨는 현재 모처에서 요양하며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관계자는 "최씨가 병원의 재수술 권유를 물리치고 지방에 있는 친지의 집에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발행되는 샘터 2월호에는 최씨가 딸이 태어나는 이야기를 썼던 '가족'의 첫 이야기인 '아기'를 비롯해, 그간 연재분들 중 발췌한 내용과 독자들의 독후감으로 꾸민 특집기사가 실린다. 독자 김순자씨는 "샘터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최인호 작가님의 '가족'이다. 이 글을 보며 나도 성공한 인생의 기준을 가족의 행복에 맞춰 살려 애쓴다"고 쓰기도 했다. 김성구 샘터 사장은 "독자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종이학으로 만든 감사패를 최씨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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