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펜하겐 갈등 풀고 '위기의 지구' 구할까
지난해 말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 총회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폐막하면서 구속력 있는 지구온난화 방지책 수립은 11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제16차 총회로 넘어갔다. 연초부터 방글라데시 등에서 기후 난민이 줄을 잇는데다 폭설 등 이상기후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지구온난화 억제는 더욱 절실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멕시코시티에서는 코펜하겐의 실패를 거듭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차 회의는 무려 120개국 정상이 참석,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협약 수립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회의가 남긴 것은 법적 구속력도 없고 뚜렷한 감축 목표도 제시하지 않아,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에 크게 미흡한 코펜하겐 협정뿐이다. 특히 이 협정은 총회의 정식 승인도 받지 못한 정치적 선언문 수준이다.
멕시코시티 회의에 앞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코펜하겐에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봉합하는 것이다. 코펜하겐 폐막 직후 주요 참가국은 서로 상대방에게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볼썽 사나운 '네 탓'공방을 이어갔다. 그 결과 상호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영국은 "회의 실패는 정상회의에 대리인을 보내는 등 시종 삐딱한 태도를 견지한 중국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은 미국의 소극적 행동을 성토했다. 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인 스웨덴은 "세계 2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발끈했다.
멕시코시티 회의의 성공을 위해서 코펜하겐에서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 또 다른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코펜하겐 협정은 선진국, 개도국에 관계 없이 모든 당사국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도 이내로 억제하자는 공통된 목표를 설정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자국 이기주의가 예상보다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줘, 이를 조율할 획기적인 토론방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교훈도 남겼다. 특히 선진국 그룹은 중국 등 개도국들의 '온난화의 주범인 선진국이 후발 개도국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주장에 대해 설득력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코펜하겐에서 선진국은 개발도상국과 빈국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를 확정해 개도국 설득에 한 발짝 나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개도국은 코펜하겐에서 제시한 연간 1,000억 달러 지원을 훨씬 웃도는 2,000억~3,000억 달러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제대로 토의조차 되지 않은 구체적인 감축 목표 설정과 배출량 할당 절차는 고스란히 멕시코회의의 몫으로 남아 있다. 현재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16~23%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개도국들은 선진국이 이 기준을 1990년 기준으로 4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회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는 이달 말로 예정된 감축계획 제출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은 1월 말까지 각각 교토의정서의 감축 의무 수준을 뛰어 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 실행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 마감 기한까지 각국이 얼마나 성의 있는 계획을 제출하는지에 따라 멕시코회의 성패를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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