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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장동력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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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장동력 되살려야

입력
2010.01.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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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100년 전 경술국치 당시 한국이 지금 같은 모습을 갖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러나 강산이 열 번 변하는 사이에 한국의 모습도 그만큼 바뀌었다.

약진 100년 뒤안엔 양극화 그늘

그 중심에는 물론 산업화가 있다. 수천 년간 농업사회였던 한국은 지난 100여 년간 산업사회로 바뀌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물론 민주화다. 민주주의라는 의식도 없던 한국인이 100년 사이에 세계에서도 가장 민주주의 의식이 높은 사람들로 바뀌었다. 이러한 성과는 주로 지난 60년간 이룬 것이다. 60년 전 한국은 무서운 전쟁을 치렀지만 그 후의 역사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외부조건이 유리했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헤게모니 하에 구축된 세계 정치ㆍ경제 질서는 탈식민지화 민주화 자유무역을 내용으로 했다. 그것은 그 전까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살아 남는 것이 과제였던 한국 같은 나라에게 대약진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인 자신의 역량과 노력도 물론 중요했다. 1950년대에는 농지개혁으로 결정적인 체제위기를 극복했고, 60, 70년대에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출로 활용하면서 적극적 산업정책으로 고도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 배후에는 유례없는 교육열과 밤낮으로 뛴 기업가 근로자 공무원의 땀이 있었다. 그리고 물론 민주화도 그냥 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투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어두운 면도 많았다. 정경유착 관치경제 재벌체제 노동억압은 부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체제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런 어두운 면이 끝까지 발목을 잡지 않은 것은 한국의 '변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80년대 자유화는 정경유착 관치경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87년 이후 민주화로 재벌문제 노사관계 개혁을 시도하게 되었고 '갈등의 제도화'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당연히 이런 변화는 쉽지 않았다. 정경유착 관치경제 재벌체제 노사관계 어느 하난들 고치는 것이 쉽겠는가. 결국 이런 어려움이 집약적으로 폭발한 것이 97년의 외환위기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조야(朝野)는 97년 위기를 바로 그런 변화를 위한 개혁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그 결과 많은 개혁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는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라는 부정적 결과로 나타났다.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는 아직도 안 풀린 문제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아마도 양극화를 직접 해결하려 하기보다 성장동력 회복에 중점을 두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지름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식 관치로 성장동력을 되찾을 수는 없다. 위기 이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룬 금융과 재벌 개혁을 되돌리는 것도 하책이다. 성장동력을 회복하려고 민주화의 성과를 희생하는 것은 더욱 안 될 노릇이다.

지난 100년, 짧게는 60년 간의 한국 역사는 성공의 역사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외부 조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중국의 등장은 20세기 후반 미국의 헤게모니 하에 구축된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 분명해졌다. 현재의 위기는 그 시기를 예상보다 앞당길 것이다.

갈등 풀어 실패역사 반복없게

외부조건이 지각변동을 하는데 국내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1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이 바로 그런 모습을 보인 결과 망국으로 갔던 것 아닌가. 실패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성공의 역사를 이어가려면 조야가 다 같이 지금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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