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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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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입력
2010.01.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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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고양이 한 마리가 관절에 힘을 쓰며 정지동작으로 서 있었고 새벽 출근길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전진 아니면 후퇴다. 지난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나와 종일 굶었을 고양이는 쓰레기통 앞에서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둘 다 절실해서 슬펐다.

"형 좀 추한 거 아시죠."

얼굴도장 찍으러 간 게 잘못이었다. 나의 자세에는 간밤에 들은 단어가 남아 있었고 고양이의 자세에는 오래전 사바나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녀석이 한쪽 발을 살며시 들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고. 나는 골목을 포기했고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선 나직이 쓰레기봉투 찢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와 나는 평범했다.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2010년이 되면서 이제 저도 확실히 마흔 살은 넘었습니다(요즘엔 정확한 나이를 몰라요. 아니,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마흔이 지나니 참 좋네요. 해가 바뀌면서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십대처럼 이제 더 이상 어벙한 실수는 많이 하진 않을 거니까. 눈길에 낙상을 주의할망정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자들이 내뱉는 부주의한 말들에 상처받을 일은 없을 거예요. 혈관이 좀 두꺼워지면서 얼굴도 심장도 두꺼워졌으니까요. 내 마음 좀 알아달라는 소리하면서 징징 짜느니 밤길을 좀 걷겠어요. 걷다보면 금방 다른 생각이 날 테니까요. 마흔이 지나서야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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