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내려간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원. 국내 최대의 열대동물 사육장인 아프리카 3관 방사장(放飼場)은 사바나 설원으로 변해 있었다.
100년 만의 폭설에 혹한까지 겹쳐진 올해 이 곳에서 지내는 열대동물들의 겨울나기는 사람보다 훨씬 버거워 보였다. 비록 사육사의 따뜻한 손길을 받고 있지만 유전적 체질을 극복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듯했다.
아프리카관 열대동물은 사자를 포함해 모두 8종 40여 마리. 영하 5도 이하엔 영상의 일정기온을 유지하는 내실에서, 영하 5도 이상일 땐 방사장내 열선이 깔린 바위 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이날은 낮 기온이 영하 5도 이상의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지만 사자들은 바깥 출입을 삼간 채 한껏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눈 위를 걷는 게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실내 생활이 지겨울 법도 한데 추운 것보다는 낫다는 듯 내실에 널브러져 있었다.
강형욱 서울동물원 홍보팀장은 "염화칼슘은 동물이 먹거나 몸에 닿으면 부작용이 날 수 있어 사자 사육장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눈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육사들이 한파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곳은 '인공 포육실'. 생후 7개월 된 오랑우탄과 5개월 된 침팬지 등 대여섯 종의 아기동물 20여 마리가 자칫 추위에 노출될 경우 큰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사육사 3명이 귀한 자손 키우듯 3교대로 24시간 근무로 온갖 정성을 다 쏟고 있다. 김원식 사육사(38)는 "잠잘 때 전구를 켜주는 등 20도 이상 온도 유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힘든 겨울을 나고 있는 사자와 달리 호랑이는 제철을 만난 듯했다. 예닐곱 마리가 눈밭 위를 뒹굴며 혹한을 즐기는 모양새다. 사자와 달리 호랑이는 한파에 따른 사육 매뉴얼이 따로 없다. 오히려 더운 여름에 방사장 위로 그늘 막을 쳐주거나 먹이도 얼려줄 정도로 추위의 추억을 되새겨줄 정도다.
강 팀장은 "눈과 빙판에 익숙지 않은 열대동물이 바깥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겨울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차예린 인턴기자(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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