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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다의 제국들' 지중해 낭만? 16세기엔 피 튀는 전쟁 치른 무시무시한 곳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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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다의 제국들' 지중해 낭만? 16세기엔 피 튀는 전쟁 치른 무시무시한 곳이었지

입력
2010.01.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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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크롤리 지음ㆍ이순호 옮김/책과함께 발행ㆍ552쪽ㆍ2만3,000원

지중해는 흔히 천국의 이미지로 떠오른다. 허니문 여행상품 카탈로그에 그려진, 순백과 쪽빛이 뒤섞인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풍경처럼. 그러나 인간이 바다를 활동영역으로 삼은 이래, 대부분의 역사는 지중해를 '피의 바다'로 기록하고 있다. 14세기 이탈리아 시인 단테(1265~1321)는 지중해의 크레타섬을 "바다 한가운데 놓인 황무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슬람과 기독교 세계가 16세기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벌인 혈전의 기록이다. 저자 로저 크롤리(59)는 영국의 역사저술가로 어린 시절을 지중해의 몰타에서 보냈다. 그는 2005년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대공격 1453> 으로 두 세계의 충돌을 생생하게 복원했는데, '기독교와 이슬람의 지중해 쟁탈전: 1521~1580'이란 부제가 붙은 <바다의 제국들> 은 그 후속편 격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 지중해 역사를 소재로 한 책들이 기독교 세계의 시각에서 쓰여진 것에 반해, 이 책은 한쪽에 치우침 없이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미덕이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함락시킨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1521년 마침내 유럽 세계의 중심이던 지중해로 진출한다. 저자는 소수의 기독교군이 투르크군을 물리친 몰타섬 공방을 시작으로, 야만적 상황이 극에 달한 키프로스 공방전, 묵시록의 분위기를 풍긴 레판토 해전 등을 차례로 펼쳐 보인다.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바르바로사, 모험심에 가득 찬 카를로스 1세, 십자군의 정신을 이어간 성 요한네스 구호기사단 등 영웅들의 활약이 박진감 있게 묘사돼 있다. 투쟁과 정복뿐 아니라 과학기술, 잉카의 황금, 해적 등 이 시대 지중해를 배경으로 번성한 문화의 이야기도 함께 담겼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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