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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선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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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선장시인

입력
2010.01.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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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시인'이 돌아왔다. 휴대폰에 이윤길이란 이름이 뜬다. 부산항 제3부두에 자신의 '바다 자가용' 305호 창진호를 계류 중이라고 한다. 특유의 너털웃음에 북태평양의 바다내음이 묻어난다. 그의 시가 그렇다. 육지에서, 책상머리에 앉아 쓰는 내 시에는 없는 '짠내'가 물씬 나서 좋다. 우리나라 최초의 선장시인이었던 김성식 시인 떠나신 후, 비어있어 허전했던 '조타륜'을 그가 물려받았다. 이제 그가 유일한 선장시인이다.

김성식 선장은 상선을 몰았고 이윤길 선장은 어선을 몰고 있다. 34년째 배를 타는 그는 봄이면 떠나 겨울이면 돌아온다. 겨울철새 같고, 회유하는 고래 같은 항해일지가 그의 삶이다. 이 선장의 배는 꽁치를 잡는다. 부산항을 떠나 일본 쓰가루해협을 지나 북태평양 공해에 도착하면 꽁치잡이는 시작된다.

우리가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을 때 그는 방한복을 입고 히터를 켜야 하는 추위 속에서 지낸다. 꽁치떼를 따라 러시아 알류산열도와 쿠릴열도, 일본 홋카이도의 추운 바다를 떠돌다 도쿄만에서 이 선장의 긴 꽁치잡이는 끝난다. 이번 항차의 꽁치 어황은 별로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시는 풍어일 것이다. 주머니마다 싱싱한 바다시가 살아 펄쩍펄쩍 뛰고 있을 것이다. 춥다.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춥다고 웅크렸던 내 어깨가 긴 추운 바다 항해에서 돌아온 친구의 소식에 기지개를 켠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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