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리드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피부색을 비하한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곤욕을 치렀다.
리드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경선 당시 오바마의 경선 입후보를 지지하면서 사적인 자리에서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오바마는 피부색이 옅고(light-skinned) 니그로 방언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니그로(negro)는 인종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된 1960년대까지 흑인을 가장 저속하게 비하하는데 사용됐던 표현이다.
리드의 발언은 대선 당시 상황을 정리해 다음주 발간되는 '게임 체인지(Game Change)'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리드 대표는 뒤늦게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그렇게 형편없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민에게 준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사과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대선기간 오바마 후보를 자랑스럽게 지지했고, 대통령 당선 후 그의 입법안을 진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물론 그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그는 사회정의에서 열정적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리드의 발언은 중간선거 과정에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야당 후보들은 리드 대표에 대한 지역구(네바다주) 민심이 좋지 않은 점을 이용, 대대적 공세를 펴고 있다.
공화당 후보 지망자인 대니 타카니언은 리드의 발언을 오바마 대통령을 "선탠한 남자"라고 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실언에 비유하며 "건강보험 개혁 반대자들을 노예제 옹호자들에 비유한 리드가 '니그로 방언'을 얘기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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