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골먼 지음ㆍ 이수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60쪽ㆍ1만8,000원
무농약, 유기농, 친환경, 친생태…. 대량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21세기의 인류에게 이 구호들은 정언명령이 된 지 오래다. 가령 소비자들은 비닐봉투보다는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원거리에서 재배된 농산물보다 지역의 농산물을 사먹는 행위가 친환경적 행위라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기업들도 속내는 어떠하건 '친환경'이라는 포장 없이는 물건을 쉽게 팔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친환경ㆍ친생태적이라고 생각하는 행위는 실제로 친환경적이고 친생태적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언 골먼(66)은 이런 행위의 심연을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지속가능한 발전'에 그런 행위들이 실제로 도움을 주는 것인지를 섬세하게 살피자는 것이다.
골먼은 <감성지능> (1996)에서 지능지수(IQ)보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감성지수(EQ)가 소중하다고 설파했고, <사회지능> (2006)에서는 타인에 대한 협업과 감정이입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지수(SQ)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학자다. 그가 이번에는 '에코지능'을 설파한다. 사회지능> 감성지능>
그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상식으로 받아들여져왔던 '친환경 프리즘'을 뒤집는다. 질문은 이렇다. 런던 사람이 네덜란드산 장미와 케냐산 장미 중 어느 쪽을 구매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일까? 근거리의 생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친환경적이라는 상식을 떠올린다면 "네덜란드"라고 하겠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 소규모 농장에서 화학비료가 아닌 천연비료로 키운 케냐산 장미는 비행기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감안하더라도 대형 온실에서 공장식으로 재배한 네덜란드산 장미에 비해 탄소 발생량이 6분의 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뜨거운 음료는 종이컵과 플라스틱컵 중 어디에 담아야 할까? "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컵보다 종이컵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답변도 너무 순진하다. 설명은 좀 더 복잡하다. 종이컵은 플라스틱컵을 생산할 때보다 전력을 36배 더 소모하고 폐수는 580배 더 배출한다. 폐수에는 염소와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있으며, 종이컵이 땅속에서 분해될 때는 환경에 해로운 메탄가스도 발생한다. 반면 플라스틱컵 제조과정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펜탄이 나온다.
골먼은 이처럼 간단한 제품의 생산과정에도 매우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으며 그 과정에 작용하는 생태학적 영향관계를 꿰뚫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 능력이 이 책의 키워드인 '에코지능'이다. 그는 에코지능을 "우리 행동과 그 행동이 지구, 건강, 사회시스템에 미치는 숨겨진 영향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연결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그가 대중화시켰던 감성지능 혹은 사회지능이라는 개념과 맥이 닿아있다. 감성지능이나 사회지능이 타인에 대한 이해ㆍ공감에 기반한다면, 에코지능은 그 대상을 인간에서 지구로 확장한 것이다.
골먼은 기업에게는 이윤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생산에서 유통,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와 환경의 영향관계를 평가하는 '환경영향에 관한 전 과정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주문한다. 또 소비자들에게는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을 고를 때처럼 순간마다 섬세한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그의 이 같은 제안은 이상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어떻게 친환경ㆍ생태적 삶을 살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 찾기의 수준을 떠나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나 하나의 변화가 전 세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곱씹는 것만으로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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