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레빈스키 지음ㆍ김영진 옮김 / 비룡소 발행ㆍ232쪽ㆍ8,500원
원래 라디오 극으로 쓰였다가 어린이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어 동화로 거듭난 작품이다. 저자 찰스 레빈스키(64)는 스위스에서 방송극, 희곡, 뮤지컬 대본 작가이자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 소설가의 방 문짝을 뚫고 들어온 외계 소년. 많이 봐야 13살로 보이는 이 아이는 자신이 499살이라고 말한다. 그가 살던 별에서는 철 없는 어른이 자라서 이성적인 아이가 된다는 말과 함께.
원시 인류 연구를 위해 지구에 왔다는 이 '늙은 아이'는, 지구상의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질문할 것이 넘친다. 한데 그 질문들이 지구의 어른에겐 꽤나 아프다. 가령 동물원에 가서는 "죄 없는 동물을 왜 감옥에 가두느냐"고 하고, 숲에 도로를 낸다는 시의 정책을 듣고는 "너희 별에선 사람들한테 거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단 말이야? 당연히 나무들한테 물어봐야지. 나무들은 베이는 게 싫을지도 모르잖아"라고 한다.
책 곳곳에 인용된, 외계 아이가 배운 교과서 내용 또한 통쾌하다. 예를 들어 '인생학'(63학년용 교과서)은 '어른들은 정치라는 놀이를 하면서 만날 싸우지만… 지혜로운 어린이로 자라기 위해선 누구 한 사람이 미래의 일을 결정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계 아이의 기발한 발상에 웃음보가 터지다가도 불편한 잔상이 남는다. 사회적 규범과 가치에 찌든 지구 어른들을 그의 발상이 보기좋게 비웃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풍자적인 삽화도 재미를 더한다.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아이가 물구나무 서는 장면에서 공개된다. "다르게 보는 법을 배워야 해!"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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