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정리(正理)로 돌아간다. 1980년 11월 언론 통폐합에 대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는 헌법을 유린한 5공 신군부의 만행으로 만신창이가 된 과거사를 회복하려는 역사의 엄중한 심판이다.
언론 통폐합은 정치 군인들이 정권 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자행한 언론 학살극이었다. 그들은 보안사령부로 언론사주들을 불러 공포 분위기 속에 언론사 포기 각서를 쓰게 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64개 언론사가 18개 언론사로 강제 통폐합됐고 1,000여명의 언론인이 해직됐다. 진실화해위 발표대로 모든 절차와 조치는 법적 근거 없이 멋대로 이뤄졌다.
한국일보도 자매지 서울경제신문이 폐간되는 아픔을 겪었다. 창간 20년 3개월 25일 동안 정론직필로 경제지 시장의 43%를 점유하던 최고 경제지이자 귄위지였다. 서울경제신문의 폐간은 한국일보와 애독자들에게 크나큰 고통과 슬픔, 유ㆍ무형의 손실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국가 차원의 사과나 피해 보상은 전혀 없었다. 한국일보 등 언론사들이 피해 구제와 함께 유린 당한 언론사(史)를 바로잡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소극적인 법 해석에 매달린 사법부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가에게 피해자에 대한 사과, 피해자 명예회복 및 피해 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권고했다.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또 현 정부가 이미 법적 심판과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옛 정권의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를 구제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와 피해 구제 없이 진상조사에만 머무는 역사 바로 세우기는 결코 완성체라 할 수 없다. 어떤 명목, 어떤 방법으로도 언론을 장악하거나 언론 자유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각인하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제대로 끝맺어야 한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정부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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