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민영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미디어렙) 설립 등 정부가 주도하는 올해 미디어 정책의 급변을 두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KBS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광고 비중을 현 41.9%에서 20% 이하로 낮춰 공영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KBS에서 빠진 광고를 종편 사업자에게 나눠주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종편 사업자 선정을 6월 이후로 미룬 것에 대해서도 "6월 2일 지방선거 때까지 종편에 진출하려는 보수 언론사들이 정권과 한나라당의 눈치를 보게 하려는 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KBS 수신료
전문가들은 KBS가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공성을 확대하지 않으면 납부 거부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선행돼야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면서 "지금 KBS의 모습에서는 이 두 전제조건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KBS 수신료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 차원의 논의도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서중 성공회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용산 참사,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 현안에서 다양한 우려를 다루지 않은 것은 KBS가 공영방송의 임무를 망각한 것"이라며 "수신료를 받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서 인상을 논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신료 산정 기준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KBS가 정한 수신료가 이사회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일련의 과정 가운데 정작 국민은 빠져 있다"면서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서 산정토록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수신료 사용 내역 공개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 소장은 "인상 요구에 앞서 수신료가 난시청을 해소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과연 얼마나 쓰였는지를 낱낱이 공개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종편 사업자 선정
올 하반기 선정되는 종편 사업자는 특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 상 지역 프로그램을 일정 비율 이상 편성해야 하고 방송 중간에 광고를 할 수 없는 등 지상파가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종편은 지킬 필요가 없다. 반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지상파에 버금간다. 정부는 케이블, 위성 등 사업자들이 종편 프로그램을 의무 전송토록 하고 종편 사업자에 낮은 번호대의 채널을 부여해 시청자 접근성을 높이는 등 집중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상현 교수는 "다수의 국민들이 공영방송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게 의무 재송신인데 상업방송인 종편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서중 교수는 "종편에 지상파와 동등한 혜택을 주려면 책임도 같이 지우는 게 옳다"면서 "현재 정부의 생각대로 제도를 시행한다면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편 사업에 대한 외국 자본 참여로 방송의 공익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등은 외국 자본도 종편 20%, 보도채널 1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김서중 교수는 "만약 외국 자본이 단기 이익을 올리기 위해 선정적 프로그램을 남발하는 등의 경우 방송 성격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영 미디어렙
2월 국회 등에서는 민영 미디어렙과 관련한 논란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미디어렙을 도입해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미디어렙의 개수다. '1공영 1민영' 의견과 '1공영 다민영'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민영 미디어렙이 출범하면 지역ㆍ종교방송 등 군소 방송의 존립이 위협받을 것으로 보여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설 미디어렙의 입장에서 보면 자사 계열사 광고를 먼저 팔려고 하기 때문에 군소 방송은 광고 수입이 지금의 10분의 1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서중 교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킨다는 유료 방송의 근간까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미디어렙 운영 방안이나 직접적인 지원책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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